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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의 레퀴엠

작성자화랑|작성시간26.06.14|조회수126 목록 댓글 1

6월 14일의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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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4일, 런던 히드로 공항의 활주로는 새벽안개에 젖어 있었다. 민간 제트기 한 대가 부드럽게 아스팔트에 내려앉았다. 조종석에 앉은 크리스 드가모는 관제탑과의 교신을 마치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올해로 예순셋, 그의 손은 이제 기타 넥 대신 조종간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매년 6월 14일, 자신의 생일이 되면 그는 어김없이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혔다.

“착륙 완료. 도닝턴 파크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부기장의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뜨렸다. 크리스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영국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오늘 피날레를 맞는 ‘다운로드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물론 관객으로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멀리서, 아주 멀리서 그 소음과 열기를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퀸스라이크(Queensrÿche)의 기타리스트였던 시절, 그에게 페스티벌은 삶의 전부였다. 이제는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공항을 빠져나와 렌터카에 시동을 걸었다. 라디오에서는 마침 메탈 전문 채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 다운로드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에밀리 암스트롱을 영입한 린킨 파크입니다! 최초의 여성 프론트 헤드라이너 등극을 두고 SNS가 아주 뜨겁습니다. 진보냐, 젠더 논란이냐, 갑론을박이 대단한데요…”

크리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채널을 돌렸다. 논란, 스캔들, 새로운 영입.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떠나온 세계는 여전히 격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한때 그 회전의 중심에 자신이 있었다. 제프 테이트와의 불화, 밴드의 방향성을 두고 벌였던 수많은 다툼. 그 모든 것이 ‘Silent Lucidity’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처럼 아련하게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때, 다른 채널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령처럼 기괴한 팔세토 창법,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그 목소리.

“...1956년 6월 14일, 바로 오늘, 호러 메탈의 제왕 킹 다이아몬드가 태어났습니다! 올해로 70세가 되셨네요. 이를 기념하며 머시풀 페이트의 명곡, ‘Melissa’ 듣겠습니다.”

크리스는 차를 갓길에 세웠다. 악마적인 트윈 기타 리프가 스피커를 찢을 듯이 터져 나왔다. 자신과 마이클 윌튼이 만들어냈던 퀸스라이크의 하모니와는 전혀 다른, 사악하고 날카로운 조화였다. 킹 다이아몬드. 그는 크리스와 같은 날 태어난, 음악 세계의 완벽한 대척점이었다. 크리스가 지성과 서사, 정교한 멜로디를 추구했다면, 킹은 본능과 공포,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신을 지배했다.

‘악마의 화신이라….’

크리스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은 음악이라는 신에게 영혼을 팔지 못했기에 그 세계를 떠나야만 했던 것이 아닐까. 그는 성공을 원했지만, 그 성공에 잠식당하는 것은 두려워했다. 그는 완벽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 완벽함의 그림자에 갇히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그는 도망쳤다. 하늘로. 수만 피트 상공의 고요함 속으로.

도닝턴 파크 근처의 작은 언덕에 차를 세웠다. 거대한 무대에서 터져 나오는 디스토션 사운드가 지축을 흔들었다. 전광판에는 마릴린 맨슨의 새 싱글 ‘Exit Wound’의 광고가 번쩍였다. 솔리튜드 에터너스의 보컬이 팀을 떠났고, 머신 헤드는 새 기타리스트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자막으로 흘러갔다. 메가데스는 고별 투어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시작하며, 누군가는 끝을 맺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처럼, 메탈이라는 세계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세포분열을 하며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 크리스의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낯선 번호로 온 문자 메시지였다.

[당신이 만든 ‘Jet City Woman’을 들으며 조종사의 꿈을 키웠습니다. 오늘 저의 첫 EP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 이카루스 드림]

크리스는 잠시 숨을 멈췄다. ‘이카루스 드림’. 오늘 발매된 싱글 리스트에서 본 이름이었다. 자신의 음악이, 자신이 떠나온 세계의 누군가에게 날개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냈다.

[날개가 녹아내리지 않도록, 언제나 태양을 조심하시오.]

다시 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마스토돈의 육중한 리프가 언덕을 넘어 그의 심장을 때렸다. 크리스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무대가 그립지 않았다. 분노와 갈등으로 얼룩졌던 과거도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는 이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항로를 선택했을 뿐이다.

자신의 생일이자, 악마의 화신이 태어난 날. 2026년 6월 14일. 크리스 드가모는 비로소 자신의 과거와 화해했다. 그는 더 이상 퀸스라이크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는 하늘을 나는 남자였고, 누군가의 꿈에 영감을 준 뮤지션이었으며,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한 명의 팬이었다.

차를 돌려 공항으로 향하는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카오디오에서는 칠드런 오브 보돔의 광폭한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죽은 알렉시 라이호를 기리는 추모의 열기.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의 연주였다. 크리스는 볼륨을 높였다. 그의 제트기는 다시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그 어떤 망령도 따라붙지 못할 더 높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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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hat-xUQ6dw?list=RDjhat-xUQ6dw

Queensrÿche - Silent Lucidity (Official Music Video)REMASTERED IN HD!Music video by Queensryche performing Silent Luci...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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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astard | 작성시간 26.06.14 크리스 드가모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시작해서 퀸스라이크 시절의 영광과 상처를 지나, 같은 날 태어난 킹 다이아몬드와의 대비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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