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본 작품은 순수한 허구(Fiction)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기업, 단체, 사건 및 설정은 모두 창작된 것으로, 실존하는 인물·기업·기관·단체와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작품 속에 언급되는 음악가, 음반, 성경적 모티프, 역사적 사건 및 문화적 요소는 서사적 연출과 상징적 표현을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으며, 실제 사실관계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본 작품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비방하거나 고발할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모든 내용은 문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창작물임을 밝힙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과 형제애, 그리고 희망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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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비트, 형제의 노래: 배정민과 배나민의 팩션
2026년 6월 17일, 서울 변두리, 먼지 쌓인 간판들 사이로 겨우 입구를 드러낸 낡은 지하 연습실. 곰팡이와 땀, 그리고 오래된 앰프가 내뿜는 열기가 뒤섞인 습한 공기 속에서 육중한 기타 리프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굉음은 낡은 방음재를 비집고 나와 희미한 진동으로 바깥세상에 존재를 알렸다.
“나민아, 박자 놓치지 마.
메가데스의 ‘Trust’ 도입부처럼 더 날카롭게, 심장을 찌르듯이 때려야 해!”
형 정민(본명 최요섭)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앰프의 디스토션을 뚫고 나올 만큼 날카로웠다. 그의 손가락은 낡은 깁슨 기타의 프렛 위를 현란하게 오가며, 단순한 소음이 아닌 정교하게 계산된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
드럼 세트 뒤에 앉은 동생 나민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형의 질책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그의 눈은 오히려 불타오르고 있었다. 드럼 스틱을 쥔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굵게 돋아 있었다. 그는 형의 외침에 응답하듯 하이햇을 닫고 스네어 드럼의 림을 강하게 내리쳤다. ‘타앙-!’ 하는 금속성의 파열음이 정민의 기타 리프에 예리한 칼날처럼 박혀들었다.
오늘은 그들에게 단순한 합주 날이 아니었다. 달력에 붉은 동그라미가 쳐진, 운명의 날이었다. 1997년 6월 17일, 스래시 메탈의 제왕 메가데스가 그들의 음악적 변곡점이 된 명반 *Cryptic Writings*를 발표하며 세상에 자신들의 변화를 알렸던 바로 그날. 정민과 나민, 두 형제는 29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바로 오늘, 자신들만의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로 약속했다. 그들의 음악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었다. 그것은 복수의 서곡이자, 빼앗긴 삶을 되찾기 위한 선전포고였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전설적인 밴드의 앨범 커버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연습실 구석에는 컵라면 용기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벽에 붙은 낡은 밴드 포스터들은 습기에 울어 너덜너덜했다. 이 지독한 현실의 무게는 그들의 과거에서 비롯되었다.
형제는 어린 시절, 대한민국 건설업계를 주무르던 거물 조필연의 검은 음모로 모든 것을 잃었다. 정의롭고 강직했던 아버지는 조필연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억울한 죽음을 맞았고, 행복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어린 형제는 뿔뿔이 흩어져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어둠 속에서 성장해야 했다.
형 정민은 ‘최요섭’이라는 본명을 버렸다. 그는 성을 바꾸고 과거의 흔적을 완벽히 지운 채, 낮에는 조필연이 운영하는 거대 기업의 핵심 부서에서 누구보다 냉철하고 유능한 엘리트 요원으로 활동했다. 적의 심장부에서 그의 신뢰를 얻으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이중생활이었다. 그리고 해가 지면, 그는 이 어둡고 축축한 지하 연습실로 돌아와 동생 나민과 함께 메탈 음악에 자신의 영혼과 분노를 실었다. 음악은 그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복수를 완성할 마지막 무기였다.
사실 정민의 본명은 요섭이었다. 아버지가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을 따 지어준 이름. 형제들 중 가장 총명하고 감수성이 풍부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꿈 많던 소년. 하지만 그를 시기한 것은 형제들이 아니었다. 세상의 거대한 악의가 그를 구덩이로 밀어 넣고, 채색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했다. 이집트의 총리가 되어 자신을 팔아넘긴 형제들 앞에 섰던 성경 속 요셉처럼, 그는 원수 조필연의 밑으로 들어가 그의 가장 날카로운 창과 가장 튼튼한 방패가 되었다. 조필연은 정민의 과거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채, 그의 비상한 두뇌와 냉혹한 일처리 능력을 높이 사며 그를 총애했다. 정민은 그 신뢰의 그늘 아래서 조필연의 제국을 무너뜨릴 아킬레스건을 찾으며 십수 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 정민이 유일하게 지키고 싶었던 존재, 그의 모든 행동의 이유가 되어준 존재는 바로 막내동생 나민이었다. 흩어진 후 기적적으로 다시 만난 동생. 나민은 형이 왜 그토록 차가운 눈빛으로 세상을 대하는지, 왜 웃음을 잃어버렸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했을 때, 구원처럼 나타난 형의 등이 너무나 크고 외로워 보일 뿐이었다.
형은 나민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특히 핀란드 글램 펑크 밴드, 하노이 락스(Hanoi Rocks)의 음악을. 화려하고 퇴폐적인 외양 속에 날카로운 저항 정신과 순수한 록앤롤의 에너지를 품은 그들의 음악은, 나민에게 유일한 위안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다.
합주가 잠시 멈춘 사이, 나민이 땀을 닦으며 드럼 페달을 가볍게 밟았다.
“형, 오늘이 마이클 몬로의 생일이라며? 하노이 락스의 프론트맨, 글램 펑크의 대부 말이야.”
나민의 순수한 물음에, 정민의 얼음장 같던 얼굴에 아주 희미한 온기가 스쳤다.
“그래, 6월 17일. 그는 화려한 화장과 현란한 무대 매너 뒤에 누구보다 날카로운 저항 정신을 숨겼지. 세상의 위선과 부조리에 침을 뱉었어. 우리도 마찬가지야, 나민아. 지금 우리가 내는 이 시끄러운 소음이, 언젠가는 저 견고한 여리고 성벽을 무너뜨리는 일곱 나팔 소리가 될 거다.”
정민은 기타를 내려놓고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길에는 형의 애정과 미안함, 그리고 결의가 모두 담겨 있었다. 성경 속 요셉이 사랑하는 동생 베냐민의 자루에 일부러 은잔을 숨겨 그를 시험하고, 결국 눈물로 재회하며 모든 진실을 밝혔듯, 정민은 나민을 이 위험한 복수극의 중심에서 밀어내기 위해 일부러 모질게 대하고 거리를 두기도 했다. 동생만큼은 피로 얼룩진 복수의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음악 안에서만큼은, 그들은 어떤 위장이나 거리낌 없이 완벽한 하나였다. 정민의 분노가 담긴 리프 위로 나민의 순수한 열정이 담긴 드러밍이 더해질 때, 그들의 음악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들의 복수 계획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특히 거대한 악에 맞서 싸웠던 드라마 *자이언트*의 이성모와 이강모 형제의 그것처럼 치밀하고 대담했다. 형 성모가 중앙정보부 요원이 되어 적의 내부에서 정보를 빼내고 동생 강모를 도왔던 것처럼, 정민은 조필연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그의 모든 비밀을 손아귀에 넣었다.
수년간에 걸쳐, 정민은 조필연의 천문학적인 비자금 장부와 정관계 로비 내역,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들을 해킹해 암호화했다. 그리고 그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자신들이 만든 음악 파일 속에 교묘하게 숨겨 넣었다. 평범한 MP3 파일처럼 보이지만,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재생하면 숨겨진 데이터가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그 결정적인 ‘음악 폭탄’이 심어진 곡의 제목은 ‘Chaos of Justice(정의의 혼돈)’였다. 오늘, 6월 17일에 발매된 수많은 메탈 앨범 중,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조용히 주목받던 한 밴드의 EP 앨범, ‘Kaotik E.P’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세상은 그저 신인 밴드의 패기 넘치는 곡 제목이라 생각하겠지만, 정민에게 그것은 심판의 예고였다.
“나민아, 잘 들어. 이 곡의 브릿지 부분, 내가 솔로를 시작하기 직전 4마디의 드럼 필인에 모든 데이터의 기폭 장치가 심어져 있어. 오늘 밤 우리가 공연을 시작하고, 이 곡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순간, 조필연의 성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거야.”
정민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6월 17일 저녁, 젊음과 열기가 들끓는 홍대의 한 라이브 클럽. 무대 뒤편의 대기실은 담배 연기와 흥분으로 자욱했다. 형제는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준비해온 모든 것의 결말이 오늘 밤 결정된다.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형제가 무대에 올랐다. 정민은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처럼 날카롭고 냉소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마이크 앞에 섰다. 그의 손에서 울리는 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발사하는 기관총과도 같았다. 나민은 하노이 락스의 에너지와 열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듯, 화려하면서도 폭발적인 힘으로 스틱을 휘둘렀다.
첫 곡이 시작되자, 클럽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그저 강렬하고 세련된 메탈 사운드에 열광하며 머리를 흔들었지만, 그 음표 하나하나에는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슬픔과, 빼앗긴 정의를 되찾으려는 처절한 갈망이 피처럼 배어 있었다.
몇 곡의 연주가 폭풍처럼 지나가고, 마침내 약속의 시간이 왔다. 정민이 나직하게 곡의 제목을 읊조렸다.
“Chaos… of Justice.”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함께 곡이 시작되었다. 정민의 보컬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고, 나민의 드럼은 심장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브릿지 파트. 나민의 드럼 필인이 클럽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클럽 무대 뒤편의 대형 스크린이 번쩍이며 암전되었다.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찰나, 스크린에 조필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은밀한 장소에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영상이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추악한 비리 내용, 뇌물 장부, 그리고 정민의 아버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하는 목소리가 클럽의 스피커를 통해 생생하게 울려 퍼졌다.
정민이 심어놓은 ‘음악적 폭탄’이, 전 세계로 스트리밍되는 라이브 방송과 함께 터진 것이다. 당황한 조필연의 부하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맹수처럼 클럽으로 들이닥쳤다.
“나민아, 멈추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연주해!”
정민은 기타 연주를 멈추지 않은 채, 무대 위로 뛰어 오르는 검은 양복의 괴한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는 메고 있던 기타를 휘둘러 달려드는 사내의 머리를 가격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쓰러졌지만, 곧이어 더 많은 이들이 무대로 밀려들었다.
정민은 동생을 등지고 서서, 마치 성벽처럼 그 앞을 막아섰다. 그 순간 그의 뇌리에는 두 개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동생 베냐민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예가 되겠다고 자처하며 형제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했던 유다의 심정, 그리고 동생 강모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모든 죄를 뒤집어썼던 드라마 *자이언트*의 성모의 마음. 정민은 기꺼이 동생을 위한 방패가 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형의 절박한 외침과 등 뒤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느낀 나민의 드럼 연주는 더욱 격렬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계산된 박자가 아니었다. 억눌리고 짓밟힌 모든 이들의 심장 박동이었고, 불의에 맞서는 영혼의 포효였다. 그의 스틱은 분노와 슬픔, 그리고 희망을 담아 쉴 새 없이 드럼을 두들겼다.
기적은 무대 아래에서 일어났다. 1997년, 메가데스가 ‘Trust’라는 곡을 통해 헤비메탈 팬뿐만 아니라 더 넓은 대중과 소통하며 새로운 길을 열었던 것처럼, 형제의 진심이 담긴 음악은 현장에 있던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그저 폭력 사태에 당황하던 관객들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진실과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걸고 연주하는 형제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들을 지켜!”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스크럼을 짜고 무대 앞으로 몰려와 인간 방패를 만들었다. 그들은 조필연의 부하들이 형제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섰다. 록 음악을 사랑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이, 그 순간 정의를 위한 가장 뜨거운 연대자가 된 것이다.
클럽 밖에서 요란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정민이 스트리밍과 동시에 익명으로 경찰과 모든 언론사에 증거 자료를 전송해 둔 것이었다. 철옹성 같았던 조필연의 시대가, 두 형제가 시작한 소음의 나비효과로 인해 저물고 있었다.
모든 소동이 끝나고, 조필연과 그의 일당이 모두 체포된 후, 형제는 다시 그들의 시작점이었던 지하 연습실에 마주 앉았다. 정민은 난투극 과정에서 입은 팔의 부상으로 깁스를 하고 있었다. 당분간 그의 현란한 기타 연주를 보기는 힘들게 되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평온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복수의 칼날을 내려놓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안식이었다.
“형, 오늘 우리 데모 앨범, 밴드캠프에 정식으로 올렸어. 제목은 ‘The Hidden Paths(숨겨진 길들)’야. 아까 형이 해킹 자료 숨겨둔 앨범 리스트에서 본 이름인데, 왠지 우리 이야기 같아서 멋지더라고.”
나민이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화면 속에는 두 형제의 실루엣이 담긴 앨범 커버와 함께, 그들의 음악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고 있었다. 정민은 깁스를 하지 않은 손으로 동생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쓰다듬었다.
“성경에서 요셉이 자신을 팔아넘겼던 형제들을 용서하고 눈물로 화해했을 때, 비로소 굶주림과 분열의 시대가 끝나고 진정한 이스라엘 민족이 시작되었지. 우리도 이제 복수의 노래는 끝났어. 이제부터는 진짜 우리만의 음악, 우리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야.”
2026년 6월 17일. 누군가에게는 그저 수많은 메탈 밴드의 앨범이 발매된 평범한 하루일지 모르지만, 정민과 나민 형제에게는 피와 눈물로 얼룩진 과거의 사슬을 끊어낸 날이었다. 그리고 하노이 락스의 ‘글램 펑크’처럼 화려하고, 메가데스의 ‘스래시 메탈’처럼 강인한 인생의 제2막이 장엄하게 시작된 날이었다.
형제는 나란히 연습실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밖으로 나오자, 6월의 밤공기는 더 이상 지하실처럼 습하고 무겁지 않았다. 상쾌한 바람이 두 사람의 땀을 식혀주었다. 밤하늘에는 메가데스의 *Cryptic Writings* 앨범 커버에 그려진 신비롭고 혼란스러운 문양 대신,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두 형제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한, 밝고 영롱한 별들이 무수히 빛나고 있었다. 그 별빛 아래, 형제의 새로운 비트가 조용히, 하지만 힘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https://youtu.be/FDbG-Vt1PYs?list=RDFDbG-Vt1PYs
Megadeth - Trust (Official Music Video) [HD]Released in 1997 on Cryptic Writings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