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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플로리다 태양은 지옥불처럼 뜨거웠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섭씨 35도를 웃도는 열기는 평범한 인간의 정신을 녹여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글렌 벤튼에게 이 정도 더위는 사우나의 미지근한 증기 수준에 불과했다. 그는 자신의 차고, 즉 디어사이드(Deicide)라는 지옥의 대장간에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낡은 ESP 커스텀 베이스를 조율하고 있었다. 오늘은 6월 18일, 그의 57번째 생일이었다.
"젠장할, 이놈의 습기 때문에 넥이 또 휘었잖아."
그는 굵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목소리는 수십 년간 신성모독적인 가사를 포효하며 수많은 고막을 찢어발긴 바로 그 목소리였다. 차고 벽에는 낡은 투어 포스터와 팬들이 보내온 기괴한 그림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뼈 같은 것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알루미늄 캔이 가득 담긴 거대한 자루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투어가 없는 동안 그의 소중한 생계 수단이었다.
"아빠! 전화 왔어요!"
차고 문틈으로 아들 데이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부터 악마적인 그의 아들은, 그러나 의외로 평범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자랐다. 글렌은 베이스를 내려놓고 땀에 젖은 티셔츠로 이마를 훔치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그를 맞았다.
"누구냐?"
"스티브 아저씨요. 생일 축하한다고, 저녁에 한잔하자는데요?"
스티브 아쉐임. 디어사이드의 창립 멤버이자 지옥의 드러머. 30년 넘게 함께 지옥의 리듬을 만들어 온 전우였다.
"알았다. 이따 내가 전화한다고 해라."
글렌은 냉장고에서 하이네켄 한 캔을 꺼내 단숨에 반을 비웠다. 예전 같았으면 아침부터 잭 다니엘스 병나발을 불었겠지만, 이제는 그럴 나이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TV를 켰다. 마침 뉴스에서는 밥 라슨 목사가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30년 전 라디오 쇼에서 서로 으르렁대던 그 얼굴. 여전히 록 음악과 악마주의를 비난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저 개자식은 아직도 저러고 사는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 현관 벨이 울렸다. 데이먼이 문을 열자, 말끔한 정장 차림의 두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중년의 백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젊은 흑인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글렌 벤튼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중년 남자가 정중하게 말했다. 글렌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훑어봤다. FBI? IRS? 아니면 또 어떤 정신 나간 기독교 단체에서 보낸 사람들인가?
"내가 글렌 벤튼이다. 뭔데?"
"저는 로펌 '루미너스 & 어소시에이츠'의 변호사, 마이클 해리슨입니다. 이쪽은 제 동료 데이비드 존스고요.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글렌은 마지못해 그들을 집 안으로 들였다. 변호사라니, 또 무슨 소송에 휘말린 건가? 전처 중 하나가 양육비를 더 달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코리 테일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한 건가.
"용건만 간단히 해. 난 바쁜 몸이야."
"물론입니다, 벤튼 씨."
해리슨 변호사는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냈다.
"혹시... 윌리엄 '빌리' 젠킨스라는 분을 기억하십니까?"
글렌은 미간을 찌푸렸다. 빌리 젠킨스. 희미한 이름이었다. 80년대 후반, 밴드 '아몬(Amon)' 시절, 탬파의 허름한 클럽에서 자주 마주치던 얼굴. 항상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구석에서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던, 말수 적고 창백한 얼굴의 청년. 그는 디어사이드의 가장 열렬한 초기 팬 중 한 명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 친구가 왜?"
"윌리엄 젠킨스 씨가 지난주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벤튼 씨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순간 거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글렌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유산? 그 친구가? 장난치나 지금."
"장난이 아닙니다."
해리슨은 유언장 사본을 테이블 위에 펼쳐 보였다. 복잡한 법률 용어들 사이로 글렌 벤튼의 이름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액수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수백만 달러. 그리고 오래된 교회 건물 하나.
"젠킨스 씨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조용히 투자 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는 벤튼 씨의 음악, 특히 당신의 가사가 담고 있는 반권위적이고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 자신의 삶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유언장에 명시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그 유산을 가장 '올바르게' 사용할 사람이라고 믿었습니다."
글렌은 할 말을 잃었다. 알루미늄 캔을 모아 생계를 잇던 데스 메탈의 제왕에게 수백만 달러의 유산이라니. 이건 무슨 지옥의 코미디인가.
"그래서, 조건이 뭔데? 내 마빡에 십자가를 다시 똑바로 새기기라도 하라는 건가?"
"아닙니다.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함께 상속된 플로리다 외곽의 낡은 교회 건물을 벤튼 씨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철거하든, 개조하든, 불태우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곳에서 당신의 철학을 담은 무언가를 딱 한 번만 실현해 달라는 것이 고인의 마지막 바람이었습니다."
변호사들이 돌아간 후, 글렌은 한동안 멍하니 유언장 사본만 내려다보았다. 스티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스티브. 나다. 오늘 저녁 약속... 취소해야겠다. 존나 황당한 일이 터졌어."
며칠 후, 글렌은 스티브와 함께 유산으로 남겨진 교회로 향했다. 낡은 할리 데이비슨 두 대가 플로리다의 국도를 질주했다. 교회는 수십 년간 버려진 듯 황량했다. 십자가는 녹슬었고, 스테인드글라스는 깨져 있었다. 문을 열자 퀴퀴한 먼지 냄새와 함께 희미하게 향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티브가 휘파람을 불었다. "세상에, 글렌. 이걸로 뭘 할 생각이야? 진짜 불이라도 지를 건가?"
글렌은 제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먼지 쌓인 강대상, 찢어진 성경, 낡은 나무 의자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앉아 있던 주일 학교의 풍경이 떠올랐다. '어떻게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지?'라고 생각했던 8살의 자신.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의 완전한 주인이 된 57세의 자신.
그는 강대상에 손을 얹고 나지막이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텅 빈 교회 안을 낮고 섬뜩하게 울렸다.
"아니, 스티브. 불태우는 건 너무 시시하잖아."
그의 눈이 번뜩였다.
"여기서... 우리 새 앨범 쇼케이스를 할 거다."
그날 이후, 글렌 벤튼은 달라졌다. 그는 유산의 일부를 투자해 낡은 교회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개조는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했다. 녹슨 십자가는 거대한 역십자가로 교체되었고, 깨진 스테인드글라스는 디어사이드의 앨범 커버 아트를 연상시키는 기괴하고 신성모독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제단은 거대한 드럼 세트와 앰프가 놓일 무대로 변모했고, 신도들이 앉던 긴 의자들은 스탠딩 공연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두 들어내졌다. 교회의 이름은 '성역(The Sanctuary)'에서 '신성모독의 전당(The Hall of Blasphemy)'으로 바뀌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전 세계 메탈 씬으로 퍼져나갔다. 지역 기독교 단체들은 격렬하게 항의했고, 언론은 연일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냈다. 동물보호단체는 과거의 다람쥐 사건을 다시 들추며 그의 의도를 의심했다. 하지만 글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걸 알려주는 책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 이 공간은 바로 그 증거가 될 거야. 종교라는 낡은 껍데기 대신, 음악이라는 순수한 에너지로 채워진 공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오직 음악 하나로 모여 포효하는 곳. 이게 내가 빌리 젠킨스의 유산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맘에 안 들면 꺼지시든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침내 쇼케이스의 날이 밝았다. '신성모독의 전당' 앞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메탈헤드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장사진을 이뤘다. 교회 내부는 붉고 푸른 조명으로 가득 찼고, 역십자가가 걸린 무대 뒤편으로는 거대한 디어사이드의 로고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공연 시간이 되자, 장내가 어두워지고 'Homage for Satan'의 인트로가 지옥의 나팔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선 글렌 벤튼이 마이크를 잡고 포효했다. 그의 그로울링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에 대한 분노, 위선에 대한 조롱, 그리고 57년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담긴, 한 남자의 순수한 영혼의 외침이었다.
"Satan! I am the one you need!"
관객들은 열광했다. 그들은 주먹을 허공에 뻗고, 머리를 흔들고, 가사를 따라 외쳤다. 그 순간, 그곳은 더 이상 낡은 교회가 아니었다. 종교도, 인종도, 나이도 상관없는, 오직 메탈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 거대한 해방의 공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땀으로 범벅이 된 글렌은 무대 뒤에서 하이네켄을 땄다. 스티브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역대 최고의 생일 파티였어, 친구."
글렌은 캔을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빌리 젠킨스, 이봐. 듣고 있나? 당신 돈, 아주 잘 썼다고. 이건 당신을 위한 잔이다."
그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하늘을 향해 캔을 들어 보였다. 교회 밖 밤하늘에는, 마치 그의 축배에 화답하듯,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6월에 태어난 메탈러는, 역시나 존나 멋졌다. 그리고 그의 전설은 이제 막 새로운 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https://youtu.be/IJkMrl4AG8w?list=RDIJkMrl4AG8w
Deicide - Homage for Satan (Official Video)Brand nu from Earache, check out T a l l a h : https://youtu.be/...www.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