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성(gender)은 사실 없습니다. 당연한 것이 그분은 영이시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호칭하는 것은 하나님의 생물학적 성(sex)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고대 근동과 그레코-로만 시대의 지중해 사회)의 세계질서(가부장적 체계)에서의 책임/보호자(patron)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성경은 - 특히 호세아서에서 - 하나님의 여성성(모성)이 자주 언급됩니다. 심지어는 하나님의 긍휼(히, 라함)의 근원이 어머니의 모성애를 의미하는 '자궁'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성경의 하나님에 대한 포괄적 서술들은 하나님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부모', 즉 자신에게 속한 이들에 대한 강력한 보호자이자 책임을 지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끝없는 자비와 긍휼로 그들을 사랑하시는 존재임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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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현대 기독교, 특히 가부장적 질서가 여전히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 체계에서 하나님은 대부분 '남성적, 절대적 권위자'로 인식됩니다.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는 성경이 말하고 있는 하나님 이해를 왜곡시키거나 변질시키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그 대표적 결과중 하나가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한국교회 특유의 수직적 위계입니다. 진짜 성경적 교회관과는 거의 정 반대의 선상에 있는 개념입니다.
인류의 실질적 문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수메르 문명 이후 5천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인류는 남성 중심의 세계관을 공고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의 시대, 즉 선사(pre-history) 시대의 다양한 유물과 유적들은 여성에 대한 찬사와 존귀함에 대한 당시의 사람들의 인식을 풍성하게 보여줍니다. 여신숭배 사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유적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오랜시간 동안 외면당하고 배척당했습니다. 당연한 것이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 방해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독교가 초기 교회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상실하게 된 시작이 로마제국의 국교화인데, 이후 강력하게 구축한 신학 중 하나가 성모 마리아의 특별함(처녀성)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여성의 원죄(태초에 뱀의 유혹에 빠지고 아담을 타락하게 한 죄)를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 중세유럽에서는 여성은 죄에 빠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자, 남성의 지배와 관리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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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은 이후 성경해석에 역으로 투사되어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 이해,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해를 상당부분 왜곡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창세기에 대한 해석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바로잡고 성경의 본문을 다시 보게 되면 성경은 여성도, 남성도 없는(초월한)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샬롬의 나라(하나님 나라)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토라(하나님 나라의 법 / 지혜의 교훈) 이해와 해석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가져다줍니다.
이는 특히 선사 시대의 고대고고학이라 할 수 있는 고고신화학(archeomythology)에서 나타나는 여성신 숭배사상에서 이상향으로 나타나는 개념인 모계사회가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지배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세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평행적 관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성경이 말하고 있는 하나님(신) 이해와, 그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완성하시는 하나님 나라 이해, 즉 샬롬(평화)의 세상에 대한 이해는 다시 재고되고 보강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본래부터 창조하시고 이 세계의 모든 생명들에게 주시고자 했던 '에덴'은 특정한 이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세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개념은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사도들을 통해 신약성경 전반에서(특히 에베소서에서) 말씀하셨던 하나님 나라(천국)와 교회(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 교회는 그동안 남성이 주가 되었던 반쪽자리 하나님 나라 이해에서 벗어나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온전한 하나님 나라를 말하고 전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일 것입니다.
권영진 목사(정언향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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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영진 목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2.24 이 내용은 제가 강의하고 있는 총회신학교 이번 겨울 계절학기에서 강의할 [구약성경과 하나님 나라] 내용에 대한 간략한 개요입니다. 또한 이 내용은 축약해서 내년 교회 신년 세미나(사경회)때 다룰 [토라가 말하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중심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성경적 하나님 나라(천국)과 교회의 틀을 다시 성경 본래의 교훈에 따라 재정립 하고 이를 실제 우리의 삶의 현장에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