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유명한 강해설교가이자 대형교회 목사의 세습 및 은퇴 전별금에 대한 논란을 빌미로 또 다시 해묵은(?) 은퇴목사 대우에 대한 논란이 교계에 떠오르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그 목사가 이전에는 꽤 순수하고 사심없는 설교가로 대중에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 여파가 커 보입니다.
그러면서 목사는 은퇴하면 모든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원칙론(?) 부터 은퇴목사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목사는 은퇴하면 아예 그 교회를 멀리 떠나 얼씬도 말아야 한다는 입장까지 다양하게 제기됩니다. 물론 이는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많은 목사들이 은퇴하면서 저지른 은퇴전별금이나 뒷거래, 그리고 은퇴 후에도 이어지는 일종의 상왕정치 및 자식과 친척을 동원한 세습목회 등으로 인해 교회에 많은 피해를 끼친 '원죄'가 있기에 나온 반응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은퇴전별금 문제나 은퇴후의 대우 등에 대한 논의는 본질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목사가 은퇴 후에는 목회하던 교회를 떠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슬픔을 넘어 참담함까지 느낍니다. 왜냐하면 교회가 그쯤되면 이미 성경이 말하고 있는 '신앙공동체'의 가치와 본질 자체를 상실한 수준의 곳이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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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 핵심은 '목사'라는 존재에 대한 본질, 즉 직분론에 관한 것이고 좀 더 넓게는 교회론에 관한 것입니다. 애시당초 교회가 어떤 곳인지, 교회 내에서 목사를 비롯한 직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실천적 적용도 없다 보니 이런 온갖 블랙코미디 같은 주장들이 횡행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물론이고, 종교개혁 이후의 중요한 개혁교회들의 신조에는 대부분 언급되는 교회와 직분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면 목사는 (당연하게도) 교회 구성원(성도) 중에 한 명이며 '목사'라는 명칭은 장로나 집사와 같은 교회를 섬기는 직분 중에 하나입니다. 장로와 집사가 그렇듯 목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책무(신실한 성경의 해석자와 전달자)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목사는 다른 직분과 마찬가지로 권력도 아니고 신분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은퇴목사라는 말 자체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은퇴집사라는 말이 없듯이 은퇴장로, 은퇴목사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직분은 정해진 임기가 끝나면 내려놓는 것이고 직분을 내려놓으면 그는 교회의 다른 구성원처럼 '성도'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교회의 모든 성도는 높고 낮음이 없는 평등한 지체이고 직분은 정해진 기간 동안 교회를 섬기고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교회 직제와 조직이 정교해지고 전문화 되면서 풀타임(전임) 직분자(교역자)들에게는 교회가 그 생계를 책임지는 사례 개념이 자리를 잡았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모든 직분은 제한직이고 일시적입니다.
따라서 목사는 교회가 법으로 정한 시기 동안 목회자로 봉직하되 그 기간이 끝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한 일반 성도로 돌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 지점에서 흔히 오해하는 개념이 '항존직'이라는 것인데 이는 목사와 장로가 한 번 직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럼 신분제가 됩니다)이 아니라 교회 내에는 목사와 장로와 집사의 직이 계속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직분(질서)이 (그리스도의 재림 전까지) 영원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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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칙을 고려하면 목사는 결국 교회의 다른 성도들과 같은 동일한 성도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나 일정한 기간 동안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직분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물론 장로와 집사도 동일합니다). 따라서 목사는 봉직하는 기간 동안은 맡겨진 책임과 권한을 충실하고 신실하게 감당해야 하고 교회는 이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리고 정한 때가 되면(요즘은 일부 교단이 목사의 은퇴 시기를 아예 무제한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야말로 교회론을 파괴하고 성경을 대적하는 행위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성도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은퇴한 목사의 이후의 삶에 대하여 교회 공동체는 무슨 특별한 대우나 보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목회 직을 내려놓았다고 그를 강제적으로 교회에서 추방하거나 떠나갈 것을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그저 교회를 위해 수고한 귀한 지체(성도)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이후에는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동일하게 대하면 될 일입니다. 저 역시 그러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성도님들과 지속적으로 올바른 교회론과 직분론을 공부하고 나누고 있습니다. 그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목사의 은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교회 내에서 문제가 생기고 분쟁이 일어나는 데에는 목사들 스스로가 잘못한 까닭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는 교회의 구성원(성도)들 역시 올바른 교회론과 직분론에 대한 배움과 이해가 부족한 탓입니다. 이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교회 전체가 교회의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 앞에 회개해야 할 일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지고 피차에 뜨겁게 사랑하라고 하신 우리 주님과 사도들의 교훈을 무시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누워서 침뱉는 짓들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교회의 직분이 본래의 자리를 찾고 교회 공동체가 다시금 우리 주님의 온전한 손과 발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권영진 목사(정언향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