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적 전문성(5개 만점) : ★★
* 소장 가치(5개 만점) : ★★★☆
"금식에 관한 책들을 조심하라!"
저자 서문 첫머리에 있는 이 인상적인 말 때문에 기꺼이 이 책을 보게 될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금식이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한국교회에 왜곡된 부분이 많은데다가 많은 경우에 있어, 마치 하나님의 능력과 복을 받는 하나의 비결처럼 자리매김된 부분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주제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도 금식에 관한 책을 쓰고 있으면서 금식에 관한 책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흥미가 듭니다. 과연 무엇을 조심하라고 하는 것일까요?
미리 말씀드리는 바인데, 전 미국의 청교도 신학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매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지요. 하물며 현대 미국 복음주의 진영 가운데 가장 청교도적인 신앙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평가받는 설교자인 존 파이퍼 목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청교도 신학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파이퍼 목사의 저서인 이 책은 저의 신학적 견해와는 별개로 적어도 복음주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성도라면 진지하게 정독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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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론에서부터 독자들에게 심각한 도전을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굶주림의 가장 큰 적은 독이 아니라 애플파이다"(23p)
저자의 일관적인 논지는 매우 선명하고 분명합니다. 금식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신령한 능력을 덧입기 위해서도 아니고 힘있는 사역을 감당하기 위한 시험의 통과조건 역시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성경적 금식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들을 받기 위해서 자신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세상으로부터 부요한 자신의 관점을 하나님을 향한 굶주림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 말합니다.
금식에 관한 책이지만 흥미롭게도 이 책은 단순히 금식의 의미나 용도, 방법을 알려주는 메뉴얼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금식이라는 신학적 이슈를 통해 현대 성도의 신앙의 자리를 점검케 하는 근원적이고 원색적인 성경적 도전이 가득한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속이 콕콕 쓰릴 때가 많습니다.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멈칫거릴 때도 많습니다. 저자의 차분하지만 뜨거운 논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의 것들로 가득 차서 하나님을 향한 영적 굶주림이 사라져 버린 나 자신의 모습을 계속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수님의 광야에서의 금식을 신명기적인 관점에서 그 의미를 풀어내어 결국에는 이사야 58장의 금식의 의미까지 연결시켜 준 저자의 관점에 대해서 깊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런 부분은 국내 독자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예수님의 금식 사건과 이사야서 58장의 금식의 본질에 관한 성경의 서술은 금식이 결코 외적인 개인의 영적 수련을 위한 행위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본질적 성격과 맞닿아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물론, 금식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잘 지적합니다. 금식을 통해 어떤 유익을 얻거나,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거나, 어떤 상황을 돌파하려고 하는 모든 시도는 어리석은 것이라 말합니다. 저는 이 말을 독자들이 깊이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금식을 통해 자신들을 미혹하고 유혹하는 악한 종교지도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 바로 서는 사람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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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도전을 받은 것은 금식을 통해 하나님을 향한 관심과 열정을 회복하려는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이 세상속에 만연한 불의와 부조리를 탄식하고 실제적으로 그 고통과 괴로움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독려였습니다. 나의 굶주림으로 굶주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도전은 책을 덮은 지금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우리의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금식이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결론은 가는 길의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영광이 속히 이 세계에 임하게 하기를 바라고 있는 모든 참된 성도의 영혼을 두드리는 도전이 될 것입니다.
"금식은 주에게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께로 돌아간다"(242p)
금식이 성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굶주림이 성도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금식에 대해 편견을 갖고 계신 분도, 금식을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셨던 분도 모두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금식에 있어 무엇이 본질인지, 무엇이 원칙인지를 고민하고 답을 찾기를 원하는 모든 분들께 기꺼이 이 책의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