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태(85)65년생. 건국대학교에서 거미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고 15년 이상을 임 교수와 함께 거미를 연구했다.
중부대학교 강사,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곤충생태실 연구원으로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등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3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거미연구:농학박사 김승태님 고독을 즐기며 자기 역할을 다한다. 교양
영국 우화에서 거미는 왕의 생명을 구하고, 아프리카 우화에서는 아난시라는 거미가 사람들에게 지혜를 선물한다. 이렇듯 다른 나라에서 거미는 행운의 상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길한 징조, 흉물에 가깝게 묘사돼 왔다. 생태계에서 거미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 낮고 학자들도 오랫동안 거미를 곤충학의 일부로 다루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김승태 책임연구원 (45세)은 농대에서 곤충학을 연구하면서 거미를 함께 공부했다. 그렇게 거미를 이용한 농업 해충 방제를 연구하다가 지구에서 곤충 다음으로 번성한 개체이자 '천적의 왕' 으로 불리는 거미에 빠져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거미를 연구하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 다섯 명이 안 된다. 소외된 학문으로, 연구 인력이 부족해 거미의 분류와 생태를 정리하는 학문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그는 앞으로 거미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징검다리 같은 중요한 존재다. 실제 생활에서 거미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이 거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 방향타가 돼 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거미를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거미의 가치를 좀 알려 주세요.
학문 선진국에서도 '거미학' 이라는 학문으로 독립한 지 30년이 채 안 됐어요. 신흥 학문이다 보니 연구할 게 무궁무진해요. 첫 번째, 거미는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농업과 산림 해충을 잡아먹는 최고의 천적입니다. 두 번째, 거미는 의학적으로 중요합니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독거미가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의학계와 화학계가 함께 거미 독의 해독제를 연구해요. 또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노인성 치매 치료에 거미 독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세 번째,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지표생물로서 중요합니다. 거미는 한 곳에 정착하면 잘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변화를 잘 감지해요. 또 변온동물이라 온도 변화에도 민감해 몸의 형태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지요. 네 번째, 거미줄이 중요합니다. 거미가 죽어도 거미가 남긴 그물은 3년 이상 항균, 방충 작용을 합니다. 거미줄 섬유가 실용화된다면 나일론보다 질기고 신축력도 좋으며 항균, 방충 작용도 뛰어난 꿈의 섬유가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영화와 문학작품의 주인공, 캐릭터, 장난감, 학습용 미니어처 등 그 활용 영역이 넓어요.
그 중에서 선생님은 어떤 부분을 연구하세요?
최근 연구는 세 가지 방향입니다. 하나가 해충의 천적으로서 거미가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연구예요. 또 하나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에 따른 변화가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 거미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정보 수집이지요. 마지막 하나는 자연자원 조사로 특정 생태 환경 속에서 어떤 거미류가 번성하고, 그둘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거나 증식할 가치가 있는가에 관한 연구예요.
혼자 하시는 건 아니죠?
네, 다른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하고,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부분은 학생 둘과 같이 해요. 석사 과정의 정종국이라는 친구는 서식 환경에 따른 떡정벌레의 생태와 분포를 연구해요. 박사과정의 이수현 양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영역으로 유전자변형식물이 자연환경에 노출됐을때 주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요. 이 친구가 하는 연구에서 상당 부분은 거미예요. 그러다 보니 거미를 연구하는 데 아주 열심이예요. 아직은 시작 단계라 부족한 게 많지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다리가 돼 주길 바라죠.
'거미 박사' 임문순 선생님의 제자인데, 두 분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그분을 처음 만난 게 1985년 대학 1학년 때였지요. 수업 외에 곤충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그분 연구실에 시험관 닦는 학생으로 지원했어요. 교수님은 학생들한테 어디 가서 뭐 잡아 와라, 뭐 관찰해 와라 하시지 않았어요. 강의 때만 잠시 들어오시고 1년에 10개월정도 출장 다니셨어요. 그걸 보고 배워서인지 저도 학생들과 함께 직접 논이나 산에 들어가 채집과 관찰을 합니다. 또 교수님은 모든 연구를 사비로 하셨어요. 연구비에 구속되면 제대로 연구를 못한다는 이유였죠. 지금도 교수님과 같이 책을 쓰고 연구 활동도 해요. 백갑용 선생님과 남궁준 선생님이 거미 연구의 1세대지만 포장 생태학에서는 임문순 선생님이 1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포장 생태학이란 무엇인가요?
자연에 나가서 생물의 생태적 정보를 직접 얻는 분야입니다. 실내에서 실험한 결과가 실제 자연환경에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증하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학생들이 자연에 나가 고생하면서 실험하는 걸 싫어하다 보니 실내에서 온도가 몇 도일 때 발육이 며칠 빠르다는 식의 연구를 선호해서 안타까워요. 실내 실험 결과가 가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환경에서는 직접 적용할 수 없거든요. 다행히 저희 팀 친구들은 자연에서 정보를 얻는 데 몸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실제 활용 가능한 정보가 많아요.
특별히 소개해 주시고 싶은 거미가 있나요?
거미가 전 세계적으로 4만여 종, 우리나라는 680종 정도 있어요. 연구하는 사람이 적어 가능한 다 소화하려고 하다 보니 더 정이 가는 거미는 없어요. 전국 논을 한 20년 관찰했는데, 과거와 좀 달라진게 있어요. 예를 들면 논에서 거미그물 위치가 점점 아래로 내려와요. 속단하기 이르나 그물을 치는 조망성거미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변화하면서 저한테 고민을 안겨 주는 거미가 있으면 눈여겨보는 정도지요.
선생님 책을 보니 거미 박물관을 꿈꾸며 오랫동안 수집을 해 오셨던데요.
교육부 공무원이던 아버지가 1991년 미국 출장을 갔다 오면서 거미 조각상을 하나 사다 주신데서 수집이 시작됐어요. 그때부터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4,000 여 점을 모았어요. 거미줄에서 유래한 스파이더 란제리 (망사로 된 속옷), 18 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타란틀라 잉크병, 파브르의 <거미기> 프랑스판 1쇄본, 도자기, 엽서, 장난감 등 이예요. 처음엔 나라마다 문화를 담당하는 관청에 편지를 써서 공신력 있는 골동품점을 알려 달라고 했어요. 답장이 오면 골동품상한테 또 편지를 써서 거미 관련 물건을 샀고요. 문화 콘텐츠 개발에 관심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설립해 준다면 이 수집품을 제가 채집한 표본 15만 점과 함께 제공할 텐데 아직 임자를 못 만났어요. 전 세계에 거미 박물관이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유물과, 생물과, 미래를 보여 줄 수 있는 생물 전문 박물관을 개관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관심을 가지고 거미를 연구해 줄 어린 친구들이 나오기를 바라면서요.
선생님이 꿈을 이뤄 가는 데 가족들 도움이 무엇보다 컸겠어요.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거미를 연구한다고 했을 때 뒤에서 밀어주신 분이 아버지였어요. 외국출장 갔다 오면 최근 연구 동향은 이런 거라고 알려 주셨고요. 1년에 반은 밖에 나가 있지만 중3짜리 딸과 중1짜리 아들은 특이하게 거미공부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요. 아내도 제가 비정규의 연구원으로 강의하느라 저축없이 사는 게 불안할 텐데, 15년 동안 수집품 사들이는 걸 한 번도 반대한 적 없고요. 박물관 하겠다는 곳이 없으면 나중에 분교하나 임대해서 같이하자고 그래요. 거미하면 막연히 무서웠는데, 참 고마운 존재라는 걸 알았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같이 숨 쉬어 온 생물이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미를 흉측하게 생각하지만 영물로 취급한 것도 사실이예요. 모기나 파리는 파리채로 때려 잡는데 거미는 차마 못 그런다잖아요. 거미가 집안의 해충을 잡아먹으니 고마워해야죠. 미동도 없이 혼자 그물에 앉아 있는 거미는 고독의 대명사기도 해요. 하지만 멋진 놈이예요. 고독을 즐기면서 자기 역할을 다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