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7.8월 책 꾸러미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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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꾸러미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강미영 화정지회
어렸을 때도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된 지금도 여전히 많은 문제와 맞닥뜨린다. 관계로, 금전적 어려움으로, 병으로, 두려움으로, 욕심으로 이유는 너무나 많다. 이런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 방법을 찾아내거나 마음을 달리 먹거나 포기가 쉬우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책 속 주인공들은 자기 앞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 살펴보았다.
《꼬마 돼지의 불끄기 대작전 29》
아서 가이서트 글, 그림 | 길미향 옮김 | 보림 | 2007
불 꺼진 깜깜한 방에 혼자 자라고 하면 씩씩하게 들어갈 아이가 몇이나 될까? 저녁 여덟 시만 되면 불을 끄라는 엄마 아빠. 불이 켜져 있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꼬마 돼지는 불을 끄고 잠이 들 수 있을까?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스탠드의 불을 끄기 위해 꼬마 돼지가 찾은 방법은 ‘복잡함’ 그 자체다. 미국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가 고안한 연쇄 반응 기계 ‘골드버그 장치’를 활용한 것이다. 엄마 아빠가 차를 마시고 텔레비전을 보고 뜨개질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1층을 제외하곤 꼬마 돼지 방이 있는 2층과 지붕 밑 다락 그리고 지붕, 정원, 지하실까지 설치된 장치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다. 8시 정각 불 끄기 1단계를 시작할 때 꼬마 돼지는 침대에 앉아 읽던 책을 들고 있었는데, 장치가 하나씩 단계를 넘어가는 사이 꼬마 돼지는 이불을 덮고 누웠다가 29단계를 거쳐 불 끄기가 마무리된 8시 23분쯤엔 눈을 꼬옥 감고 잠이 들었다.
《용돈 좀 올려 주세요》
아마노 유우끼찌 글 | 오오쯔끼 아까네 그림 | 김소연 옮김 | 창비 | 2009
3학년 찬이의 하루 용돈은 500원이다. 엄마한테 천 원으로 올려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 주신다는 걸 안다. 그래서 포스터를 그려 간절한 마음을 전하려고 한다. 찬이 머릿속 ‘말 친구’와 ‘그림 친구’의 아이디어는 제법 그럴듯하다. 용돈을 안 올려 주면 큰일 날 것처럼 겁을 주기도 하고, 그래프처럼 논리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고, ‘용돈 쑥쑥, 성적 쑥쑥’이라는 표어로 엄마의 기대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엔 빙빙 돌려 말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제일 낫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말썽만 피우는 아들이지만 용돈을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엔 글로만 표현했다가 좀 더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림도 이용한다. 마지막 포스터를 완성하기까지 15장의 포스터를 그렸는데 고민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엄마 입장에서 생각한 흔적이 보인다. 그렇다. 설득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 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보고 어떤 것이 상대방에게 득이 되는지도 따져 보는 거. 그리고 무엇보다 간절함을 담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거.
《브루노를 위한 책》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 그림 |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3
울라는 그림책을 읽으며 집에 있길 좋아한다. 날마다 울라를 찾아오는 브루노는 스티커나 티셔츠 등 뭔가 새로운 걸 자랑하려고 한다. 울라는 브루노와 책을 보며 오래 놀고 싶은데 브루노가 책을 좋아하게 될까?
울라가 브루노에게 자기 책들을 보여 주면 브루노는 애들이나 보는 책이라며 그냥 덮고 가버린다. 책 속 무서운 그림을 보여 줘도 시시하다며 또 가버린다. 울라는 꾀를 낸다. 한참 만에 찾아온 브루노가 울라 목에 붙인 반창고를 잘 볼 수 있게 다가선다. 미끼를 문 브루노! 브루노는 놀라서 목이 왜 그러냐고 묻고 울라는 책에서 나온 뱀이 물었다고 답한다. 믿지 못하는 브루노는 책을 보여 달라 하고 둘은 나란히 앉아 책을 펼친다.
울라 만큼 훌륭한 책 동무가 있을까? 무턱대고 책 읽자고 들이밀지 않고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책 가까이 다가오게 한다. 책 이야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책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게 간섭은 최소화한다. 아이가 책을 싫어한다면 당장 울라가 되어 보자.
《우리들의 에그타르트》
김혜정 글 | 최혜원 그림 | 웅진주니어 | 2013
에그타르트 맛에 빠진 초등학교 5학년 친구 넷은 원조 에그타르트를 먹기 위해 마카오 여행을 가기로 한다. 여행 경비 70만 원을 마련하려면 한 달에 10만 원씩 모아야 하는데 아무리 용돈을 아껴 써도 용돈만으로는 부족하다. 과연 이 친구들은 돈을 모아 마카오로 떠날 수 있을까?
설거지를 해서 용돈을 받고, 인삼밭에서 잡초를 뽑고 식당에서 김장을 돕는데 돈 벌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벼룩시장을 열어 돈을 벌었지만 담임 선생님한테 들켜 돌려주어야 했다. 이 소식은 부모님에게 전해져 아이들은 마카오 여행 계획을 털어놓게 된다. 보호자 없이 초등학생끼리 가는 여행은 위험하다며 부모님들은 반대한다. 다행히 에그타르트 가게 주인 세진 언니가 보호자로 나서 주고, 아이들은 마카오 명소나 맛집 등의 자료를 모아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것으로 정리한 스크랩북을 만들고, 부모님을 초대해 설득하기로 한다. 마카오에 가겠다고 결심했던 일과 가고 싶은 이유, 여행 계획 그리고 마카오에 다녀왔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발표를 듣고 부모님은 세진 언니와 함께 가는 여행을 허락하지만 경비는 한 푼도 보태줄 수 없다고 한다.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 돈만 모으면 되는데 돈 모으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건 아니다. 마카오로 떠나는 그날까지 돈을 모을 예정이다.
내 눈엔 돈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있어 보인다. 네 친구가 여행을 가게 되는 날까지 우정을 유지하는 거다. 부디 네 친구가 우정을 지키며 꿈을 잃지 않고 돈을 모아 마카오행 비행기를 탈 수 있기를 바란다.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소설 | 낮은산 | 2018
고등학교 2학년 정음이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그레이브스 병에 걸렸다. 4년 동안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이 반복돼 갑상선 조직을 파괴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기로 했다. 이 치료는 소량이지만 피폭되는 것이라서 치료 후 48시간 동안 모든 사람과 2미터 이상 거리를 두어야 한다. 침이나 땀으로 배설되는 방사성 요오드에 의해 주변 사람이 간접적으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시설에 격리되면 좋을 텐데 암 치료처럼 고용량이 아니라 납으로 둘러싼 차폐 병동에 들어갈 수가 없다. 게다가 정음이는 13평 집에 동생과 엄마와 같이 살아서 2미터 거리 두기는 불가능하다. 정음이는 48시간 동안 2미터 거리 두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음이가 병원을 나와 할머니 집까지 가는 길 내내 나는 조마조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정음이는 어렸을 때 우산 들고 버스 타면 옆 사람 옷에 빗물 닿을까 봐 우산을 품에 꼭 안는 아이였다. 지금도 비 오는 날 우산 담는 데 쓰려고 파 봉지를 씻어서 말리는 고딩이다. 어디 티가 나는 것도 아니라 아무도 모를 텐데 남에게 피해 안 주려는 착한 정음이는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다시 읽어서 그런지 정음이의 거리두기 고군분투가 더 눈물겹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