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조 ‘범피중류’ - 김월하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갈제.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로구나.
백빈주(白頻洲) 갈매기는, 홍요안(紅寥岸)으로 날아들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만 돌아든다. 요량(嘹喨)한 남은 소리, 어적(魚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峯)만 푸르렀다.
애내성중(欸乃聲中) 만고수(萬古愁)는 이내 흉금을 자내인다
연파강상(煙波江上) 사인수(使人愁)라
굴원하니 멱라수(泊羅水)야, 굴삼여(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량(무양)도 하시든가
범피중류 대목은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에 앞서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유람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소상팔경이라고도 합니다. 판소리에선 사설이 훨씬 길지만, 시조는 범피중류의 앞부분에 나오는 사설만을 부릅니다.
* 소상팔경은 중국의 호남성 동정호 남쪽의 여덟 명승지로 춘향가에서 춘향이 옥중에 갇혀 꿈속에서도 유람한 곳이고, 흥보가에서 흥보에게 박씨 물어다 준 제비노정기에도, 토끼에게 간 빌러 간 별주부도 이곳이 소개되어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로 배가 떠나갈제
아주 망망한 바다며 크고 힘차고 사나운 물결이로구나
흰 꽃이 피는 부평초가 가득한 물가 섬의 갈매기는 단풍이 들어 붉은 대 만 남은 여뀌가 가득한 언덕으로 날아들고 세강의 기러기는 양자강의 지류로 돌아드는구나.
맑아서 멀리까지 들리는 여운까지 들리는 소리는 어부들이 부는 피리 소리인 듯하건마는 노래 소리가 그치자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물 위에 두어 산봉우리만 푸르르다
노젓는 소리속에 만고의 근심이 들어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강물위에 피어오르는 안개는 시름만을 더해준다.
굴원이 빠져죽은 (중국 호남성 상음현에 있는) 강아, 굴원의 넋은 잘있느냐.
사설지름시조 ‘약수삼천리’ - 박인규
약수삼천리 거지둥 떠 가는배야
거기잠간 닻주어라 말 물어보자
동남동녀 오백인으로 영주 봉래 방장산에
불사약을 구하러가는 서시등의 배이올런가
우리도 사구평대에 위중한줄 아옵기에 바삐 바삐 가옵네
선경의 약수 삼천리를 떠가는 배야 잠간 멈추어라 말 물어보자
진시황의 명으로 삼신산으로 불사약을 구하러 떠난 사람들의 우두머리 배이 올런가.
우리도 사구평대에 진시황이 동승하다가 죽은 사구평대를 존중하기에 빨리빨리 가는 길입니다.
평시조 ‘천지는’ - 정경태
天地는 萬物之逆旅요 光陰은 百代之過客이라
人生을 헤아리니 渺滄海之一粟이로다
두어라 若夢浮生이니 아니 놀고 어쩌리
천지는 만물의 숙소요 세월은 천지의 사이를 지나가는 나그네 같은 것이라
인생을 헤아리니 넓고 푸른 바다에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 이구나
두어라 꿈과 같은 부평초 같은 인생이니 아니 놀고 어쩌리
사설시조 ‘꿈은 고향’ - 홍원기
꿈은 고향 가건마는 나는 어이 못가는고
꿈아 너는 어느 사이에 고향 가 다녀 왔노
당상에 학발양친 기체후 일향 만강 하옵시며
규리에 홍안처자 어린 동생들과
각택 제절이 편안트냐
편기야 편드라마는 천리원정 너를 보내고
주야 수심인데 어서 바삐 환귀하소
꿈은 고향으로 가는데 나는 어째서 못 가는가 하는 그리운 마음을 담은 노래.
꿈아 너는 어느 사이에 고향 다녀 왔노 집안에서 흰머리를 한 양친은 건강하시며 규방에 있는 예쁜 아내, 그리고 자식과 어린 동생과 모든 집안사람들은 다 태평하더냐?
태평하기는 태평하더라만 네가 아니 온다고 근심이더라.
우조지름시조 ‘등왕고각’ - 박인규
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 등왕각 강가에 높이 솟아 있건만
佩玉鳴鸞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 그 곱던 노래와 춤은 그쳐버렸네
畵棟朝飛南浦雲 화동조비남포운 단청 고운 기둥 구름이 흘러가고
朱簾暮捲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 주렴을 걷으니 서산에 빗긴 빗발
閒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일유유 한가한 구름 못에 그림자 드리고
物換星移度幾秋 물환성이도기추 수도 없이 바뀌고 뒤집힌 세월들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 등왕각 노닐던 이 지금은 어디에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유 난간 너머 장강만 쓸쓸히 흐르네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이며 문장가였던 왕발(王勃)이 등왕각서(謄王閣序)라는 글을 지었는데, 그 글의 마지막 부분을 발췌하여 사설로 엮어 만든 시조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서 인물도 가고 없는 쓸쓸함을 읊은 시조이네요.
사설시조 ‘낙양 삼월시’ - 이동규
낙양 삼월시에 궁류는 황금지로다
춘복이 기성하거늘, 소거에 술을 싣고 도리원 찾아들어 동풍을 쇄소하고 방초로 자리삼아
노자작 앵무배로 일배일배 취케먹고
취생고황하며 영가무도할제
일이서하고 월부동 이로다
아희야 춘풍이 몇날이리 임간에 숙불귀를 하리라
낙양의 봄철에 궁중에 있는 버들가지는 꾀꼬리의 노랑빛으로 인하여 황금 빛으로 보이는 구나
봄철의 입을 옷이 다 만들어지거든, 수레에 술을 싣고 복숭아와 오얏꽃이 핀 동산에 찾아가서, 봄바람으로 깨끗이 쓸어버리고 싱싱한 풀로 자리를 삼아 새모양으로 생긴 술잔으로 한잔한잔 취하도록 먹고
생황을 불고 두드리며 노래하고 춤출제 해는 이미 서쪽에서 졌고 달은 동쪽에서 떠오르다 아희야 봄철이 얼마나 있겠느냐 숲속에서 자고 돌아가지 않으리라
평시조 ‘그럴싸 나는 듯’ - 김나리
그럴싸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정인보의 작품으로 원래 3연까지 되어있습니다. 마지막 연의 시는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입니다.
사설시조 ‘정구업진언’ - 이종로
초장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아금지차일주향 변성무진향운개 봉헌연지대법회 원수자비애납수
중장 남무서방정토 극락세계 아등도사무량수 여래 남무아미타불
유언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 가피지묘력
원공법계제중생 동입미타대원해
고아일심 귀명정례
종장 대원성취진언 옴아 목하 살바다라 사대야 시배훔
보궐진언 옴 호로호로 사야 목게 사바하
이 사설은 천수경 등 여러 불경들을 엮어 놓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