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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우의 노래창고

그래도 같이 살았네

작성자벽우|작성시간26.06.16|조회수18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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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래도 같이 살았네

처음 만난 그날에는
말도 없이 앉아 있던 당신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세 시간째 고개만 끄덕끄덕

답답해서 미칠 뻔해
속 터져서 혼날 뻔해
근데 이상하게도 말이야
정이 슬쩍 들었네

잘난 것도 없었는데
돈이 많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가 정신 차려 보니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네

아이고 여보 세월 빠르다
싸우고 삐치고 또 풀고 살다
정신 차려 돌아보니
팔짱 끼고 여기까지

당신 잔소리 내비처럼
평생 귀에 맴돌았고
내 고집은 브레이크 없는
고물 트럭 같았지

그래도 같이 살았네
용케도 버텨냈네
이 정도면 우린 진짜
국가 지정 문화재야

당신 울던 그날에도
난 괜히 신문만 뒤적였지
모른 척한 게 아니라
겁나서 피한 거였어

당신도 알았다면서?
그걸 이제 말하냐고?
부부란 게 별거 있나
못 들은 척 사는 거지

연애 땐 꽃다발 들고
사진 찍고 난리였는데
지금 최고 이벤트는
“당신 설거지 내가 할게”

무릎 아파 파스 붙이고
안경 찾아 머리 뒤지고
건강검진 결과 들고
둘이 같이 한숨 쉬네

아이고 여보 고맙소
끝까지 안 도망가줘서
돈도 명예도 다 필요 없고
옆에 당신 하나면 돼

다시 태어나 만나면?
글쎄 또 속을까 싶은데
그래도 다른 사람보단
당신이 좀 나을 것 같아

그래도 같이 살았네
웃으며 늙어가네
오늘도 티격태격하며
내일 또 밥 먹으세

“여보~”
“왜?”
“라면 먹을래?”
“…끓여주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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