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자율학교 연수라는 이름아래 이틀간에 걸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무엇이 맞는 것인지 그런 것이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여하튼 첫날의 전북 전주에 있는 상산고 방문은 하나의 충격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예상해왔던 사실들이, 예상대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마냥 씁쓸하기만 합니다.
아시다시피 자립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는 전국에서 몇 군데 밖에 없는 특이한 형태의 학교입니다.
자사고는 국민공통과목인 10학년(고등학교 1학년)의 준수 외에는 모든 점에서
자립형입니다.
교사도 자격이 없어도 되고요(실력만 갖추면 된답니다. 참고로 이 학교에는 석사와 박사가 많답니다. )
등록금은 일반고등학교의 3배나 되고
2, 3학년은 교육과정에 말로는 유연성(탄력성)이 적용되는 것이죠.
요즘 정부의 안처럼 실시된다고 하는 자율형사립고는
자사고와는 달리 재단전입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외는
다른 점이 없습니다.
마산에서 전주로 가는 시간은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중간에 화심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지요.
화심은 순두부 마을인가 봅니다. 화심삼거리엔 온통 순두부뿐이었으니까요.
마산 오동동의 원조아구찜처럼...원조가 붙어 있었지만 우린 말 그대로 원조집을 갔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저만 그런지 '맛집'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맛집'이라는 이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사고도 마찬가지일까요?
전북 전주의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으로 이름난 홍성대가 만든 학교입니다.
처음, 상산이 홍성대의 호인가 싶었는데 주변의 아파트 이름에
상산이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이곳 지명을 딴 학교인 것 같습니다.
학교시설은 그런 대로 괞찮은 것 같습니다.
학교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장, 농구장 등은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최근 학교운동장들이 잔디로 재조성되니
그것도 큰 메리트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정에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있었는데
모과와 감이 여태 달려 있었습니다.
선생들은 웃으면서 공부만 하느라고
그것들을 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 라고만 합니다.
고등학생이면 당연히 모과나무와 감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연의 상태 대로 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요?
다른이들은 학생들의 인성이 좋다고들 하시겠지요......
교감의 안내로 학교이사장이 쾌척한(좋은 의미로....몇몇 선생님은 쾌척을 정성스럽게 주는 것이 아니고
던져준다는 것으로 해석할 만큼 적대적이었습니다) 이십 억원으로
조성된 새로운 건물이 있었고, 여기에서 따로 브리핑은 없고
학교 자체에서 만든 동영상물을 보고
이어서 학교장의 특강 아닌 특강이 있었습니다.
전 별 관심이 없었기에 동영상물을 보지 않았습니다.
잘 만들어진 학교 소개 동영상물들은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법이고
그런 동영상물에 미혹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실체를 속인다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입니다.
다 아시는 것이지요^^
학교장은 전 서울대 부총장을 지내셨던 분입니다.
전, 학교장이 자기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자사고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일반고등학교에서는 어떻게 교육현실을
바꾸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사실 처음 회의실에 갔을 때부터접었습니다.
세상에! 어느 학교가 다른 학교를 방문한다고 한다면 대개 간단한 차라도
(하다못해 1회용커피라도) 내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이지요. 그것만 아닙니다.
그냥 자리에 앉히어 놓고 1시간 정도 잡다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엔 들을 만한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우리 교사와는 관계없는
것들이었지요.
서울대에서는 연봉이 2억이었는데 사실 연봉이 좀 깎여서 왔다는 이야기
기대한 것과는 달리 사립고등학교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
외압을 막아주고, 재원조달 등의 일이 전부라고 하며
사립학교 재단의 행정실장 등을 비롯한 직원들이 오히려 가르치는 교사 위에
교장 위에 올라서려고 한 점, 자기의 생각에는 학교행정직원은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을 지원해주는 일들을 해야 하는데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그들을 이사장에게 이야기해
전부 교체했다는 이야기, 교육부 사무관인지 장학사인지 거만하게 구는 점
학교 전기료 비용 문제 등 도대체 왜 이런 행태가 지속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도 배부른 자의 하소연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상산고 교장 선생님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이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행정체계를 알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학교업무를 하는 많은 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이 사실을
모르고 자립형고등학교에 교장으로 온 그 분이 사실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학생들 등록금이 보통학교의 세 배인데 1년이면 40억 정도 되며
재단에서 20억을 출연하는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충분한 보수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자사고 교사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많은 보수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배는 아니더라도 1.5배는 생각했었는데,
그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부려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있답니다.
정규수업은 8시 10부터 한다는데 이것은 수능시험에 맞춘 것이라는데,
수업과 수능시험 시간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자사고니 학생 전부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자습시간과 겹쳐지는 것이고, 일부 다른 학교도 그 시간에 일과가 시작될 수도 있기에
이것 또한 별다른 장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시험의 경우 학년별 책임제이기 때문에 1학년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2학년 시험에서 배우지 않은 부분을 얼마든지 문제를 낼 수 있기에,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답니다.
다음은 학생의 구성입니다. 자사고이고 전국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서울, 경기 지역의 학생들이 80% 정도이고 전북지역의 학생이 20%정도이니
사실 자사고가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하고는 거리가 멀지요.
그들이 대학을 들어간다고 해도 다시 지역으로 와서 봉사하는 일을 기대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나라 전체에 유능한 인재가 되어 이끌어나갈 것이라면 제가 속좁은 사람(?)이겠지요.
작년의 경우 서울대에 30~40명 정도, 60-70명 정도의 연고대, 이화여대 그리고 그들의 말에 따르면
다수의 의대, 한의대 학생들이 있다는데, 이런 정도면 자사고의 위상에 어울리나 봅니다.
그러나 창신고의 경우 이전 마창분리 이전의 수준에서 볼 때 가지 않은 학생들도 있지만
최고 35명이 간 때도 있었습니다.
교육이 학생들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고액과외를 비롯한 물량공세로 이미 성적이 올라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리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자사고에 가기 위해서 고액과외, 체계적인(?)학원수업, 전부 기숙사생활, 수준높은(?) 비교사자격의 강의,
일과 시간후의 특강 그리고 원어민교사로 배운 영어로 중무장한 학생들을 보는
저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참, 특강은 8명의 학생이 신청하기만 하면 과목 하나가 개설된다고 하고
특강비는 한 시간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8만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특강비가 교사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이 되겠지요.
일반고 교사는 교사 1인당 한 시간에 25000원정도의 금액이 주어지지만
대구의 경우 100분 수업에 4~5만원의 돈이 주어졌던 학교도 있습니다.
대구에서 최고의 상위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학교의 경우입니다.
말로만 듣던 자사고에 직접 가 보았으나, 방학인지라 수업내용을 볼 수 없었고,
그들이 어떤 교재를 채택하고 있는 것인지 보았으면 좋았겠지만,
(오후여서 학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는 모습만 보았습니다.)
어쩌면 보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사고 교장이 앞으로 교육개방이 되면 특정 단체(물론 전교조겠지요)의 교사의 절반이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교육의 개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 그리고 명문대 진학, 상하층의 격차에만 관심을 갖는 관리자에게
무슨 교육을 이야기하겠습니까!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도 영어로 수업할 수 있어야 하고, 독일어를 가르치는 교사도 영어로
수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미국사람이야 영어가 제 나라 말이고 다른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으며,
유럽의 경우 워낙 다국가이니 기본으로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배운다고 하지만
그 외국어도 우리와 달리 입시를 위한 것이 아니기에
비교대상이 아닌데도 명색이 서울대 부총장까지 한 분이 그런 말슴을 합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지식일까요, 지혜일까요?
사실 제가 어떤 목적에 의해 그 학교에 갔다면 많은 질문공세를 했을 것인데....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져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의 우선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