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온단다
이복자
꼭 사랑 둥지를 흔들며 온다
온다고 하면 스산한 창문 앞 서성이며
숨죽이는 것도 버거운데 곧 도착할 거란다
소낙비 같은 사랑을 만나 뜨거운 여름이었던 가슴에
태풍, 이별처럼 때리는 아픔을 예감하는 것은
손 놓고 돌아선 뒤 관심의 눈빛 저만치 멀어져갈 때처럼
비바람 휩쓸리는 자리로부터 시린 채 흘러갈 시간이
사정없이 모호한 길을 떠나는 것이다
태풍 맞는, 외로운 사랑은 자생이 쉽지 않아
등에 업혀 볼 비비고 칭얼대다 선잠 든 아기처럼
따뜻한 둥지에 들고 싶은 몽환, 애틋한
칠삭둥이 삶같이 석 달은 부족한 듯한 삶인데
평온을 깨우는 것은 흔들어대는 현실,
어설픈 길 또 어디로 어떻게 열릴지 모르는
손(孫) 끊길 듯 가난한 둥지에 태풍이 온단다
오라, 방주는 선한 사랑을 업고 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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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피는 무궁화
이복자
가슴에 무궁화가 핀다
옷과 이불 하얀 광목으로 살던
백의민족의 유래를 숙명으로 여겨
보송하고 하얀 꽃잎으로 피고 피고 또 피며
가슴에 붉은 무늬, 일편단심을 새기고
대한 사람 나라 사랑으로 곧게 살기를 주장하는
무궁화, 삶의 길에 이 꽃 먼저 핀다
자벌레 많던 우리 집 무궁화 울타리,
아버지의 무궁화 사랑 고집이 눈에 익고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애국가가 뼈에 각인된
대한민국 국민인 나, 아니 누구나 무궁화는 핀다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가슴에 핀
무궁無窮이 있는 한 애국 뚝심은 마르지 않는다
누려야 할 평화, 방심이란 찰나도 없는 일편단심
태극의 이념으로 영원히 피고 피고 또 핀다
무궁화는 대한 사람의 가슴에 늘 핀다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