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30 중반의 여성이 조심스레 인스탄트 스프를 구할 수 있느냐고...
얼마나 바빴던가, 게으르면 추수감사절 날 인스탄트 스프로 저녁을 때울까 하며 안됬다 싶어 하는데, 가르킨 뒷편 진열대 쪽에서 비명에 가까운 탄성을 질렀다.
날씨가 좋아 문을 열어 놓아 청설모라도 들어 왔나 싶어 달려 가려니 라면을 흔들며 자기가 찾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며 큰 사발 신라면을 들고 신이 났다.
그거 많이 매운 건데 어떻게 알고 먹으려냐고 하니 태권도장에서 배웠다고 했다. 아들이나 딸이 배우냐니 자기가 배우는데 노란 띠라며 영어 대신 한국 말로 가르친단다.
그래서 헷갈려 라면을 스프라고 했던 것이라며, 아직 구령으로 배우는 하나, 둘...부터 어렵단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데 태권도 배울 생각까지 했느냐고 물으니 멕시코에서 왔는데 드라마를 보고 좋아서 따라 하는 중이라고...얼레? 맥시칸이...
이스태칸인지 멕시칸인지 물으니 한 동안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 보더니, 자기들은 대부분 이스태칸으로 알고 살아 왔다고 했다. 이스태칸은 기원전에 이주해 간 동양인이고, 맥시칸은 천년전에 이주해 간 동양의 사촌들라고 설명해주니 자기들은 모두 동양에서 온 것으로만 알고 있었단다.
다 같은 사촌이니 자녀나 친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 네가 좋아 하는 한국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살 수 있다고 세종학당등에서 정보를 받아 보라고 권했다.
한국의 양노원 같은 씨니어 하우스에서 야간 근무라며 오늘은 이만 가고 다시 와서 한국 좀 배우게 해달라며 서둘러 갔다.
한글 날에 한국을 좋아 해 중년 여성이 태권도에 한글을 배우며 한국라면의 이름도 모르고 찾아 다니는 열정
한류와 한글 바람이 캐나다에도 불고 있다는 생각에 캐나다 추수 감사절로 바빠 잊고 허둥 댄 한글 날을 하늘이 일깨워 주신 것이리라.
시계와 한글로 백성에게 왕의 특권인 무한한 자유를 이양해 주신 세종대왕님께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