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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셋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2.11.27|조회수33 목록 댓글 0

바다에서/김문억

 

 

머언 수평에서 누가 반짝거리며 오고 있다

한 장씩 거듭해서 제 몸을 벗겨내다가

못 떨친 욕망을 틀어 물보라로 오고 있다

 

슬픈 날개를 달고 임이 오시나 보다

날 수 없는 날개를 달고 물 위를 걸어오나 보다

오다가 무슨 사연으로 되돌아 걸어갔나 보다

 

밀물과 썰물로 교차하는 이 악장이

침몰한 달빛을 끌고 다니며 깎고 있다

만월을 다 부수어서 모래알로 쌓고 있다.

 

 

 

내가 끌고 온 바다/김문억

 

 

물기 없는 바람만 바삭거리는 이 겨울에

맛없고 심심했던 까닭모를 황량함이

불현 듯 바다를 끌어올려 파도 속에 눕는 나

 

텅 비었던 장 안 가득 차오르는 한바다를

번쩍 들어 올려 갯비린내를 마신다

가슴 저 밑바닥부터 바다 물이 차오른다

 

짓눌리어 옥죄었던 숨을 크게 쉬어 본다

가열찬 물소리가 혈관을 타고 올라올 때

일어선 근육들이 엉겨 줄다리기 하는 바다

 

힘차게 으르렁대며 뛰어오는 바다 속으로

곤고한 내 피곤이 지워지며 누울 때

파도를 흉내 내며 나는 깃을 치고 있었네.

 

 

섬/김문억

 

 

완강한 시간 속으로 난파한 내 사랑은

물결에 유배되어 섬으로 떠 있습니다

파도는 갈퀴를 세워 뱃길을 다 지웠습니다

 

부도난 백기를 들고 뭍에서 나왔습니다

떨군 고개 위로 낮별이 찔려오던 그 날

물길은 하늘에 올라 상한 가슴 울었습니다

 

향수로 앉아 있기엔 의지가 없습니다

연안으로 달려오다가 우뚝 서서 망연자실 우뚝 서서

길 없는 물 위에 떠서 물장구만 쳤습니다

 

밧줄을 풀지 않는 그대 뱃전으로

파도는 엎어져서 애터지게 때리지만

서투른 사랑공부는 옷을 벗지 못 합니다.

김문억 연가 집<너 어디 있니 지금1991박우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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