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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나의 인생 견문록 (24) / 정관일

작성자jungkwanil|작성시간22.12.25|조회수74 목록 댓글 4

하키의 메카, 드라이덴

 

  •      앞 장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드라이덴은 온타리오주 서북부의 인구 8천 정도의 소도시로 겨울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가 엄습하는 곳이다. 이런 곳의 호텔과 모텔들이 비수기인 겨울철에도 금/토/일은 빈방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      드라이덴에는 잘 꾸며진 아이스 하키장이 두 곳이나 있어 인근 마을의 초/중/고 그리고 성인 하키팀을 불러들여 주말마다 경기를 치룬다. 심지어 드라이덴에서 400여 키로 떨어진 선더베이나 위니펙에서도 원정팀이 다녀간다.

  •      캐나다의 국기 (國技) 가 아이스하키이며 이 하키야 말로 캐나다의 자존심이다. 캐나다 경제의 70프로가 미국과의 교역으로, 미국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캐나다는 감기 몸살을 앓는다는 정도여서 항상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기분 나쁜데 스포츠분야에서는 더 심하다.

  •      야구/농구/미식축구 등등 거의 전 종목에 걸쳐 캐나다는 미국에 상대가 안되는데 유독 이 하키에서만은 대등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얼마전 끝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캐나다 여자 축구팀이 준결승전에서 미국팀을 꺽고 결승전에서 스웨덴에 이겨 우승한 일이 있었는데 우승 그 자체도 기뻤지만 미국을 꺾었다는 기쁨에 캐나다 전국이 떠들썩 했다.

  •      캐나다 어느곳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곳 드라이덴에서의 하키 열기는 뜨겁다 못해 가히 폭발적이다. 여기 꼬마들은 남자아이 여자아이 가릴것 없이 걷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배우는 운동이 하키이다.

  •      이곳 출신으로 북미하키리그 (NHL) 에서 크게 활약한 선수만 4명이나 되며 그 중 크리스 프롱거 (Chris Pronger) 는 NHL 역사상 가장 우수한 선수 100명 (100 Greatest Hockey Players) 중 한 명으로 뽑혔으며 현재는  하키 명예의 전당 (Hockey Hall of Fame) 에 이름이 올라 있다.

  • 그의 형 숀 프롱거 (Sean Pronger) 역시 유명 하키선수로 밴쿠버 커넉스 (Vancouver Canucks) 를 비롯해 여러 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동생 만큼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다.

  •      한번은 크리스 프롱거가 속한 애너하임 덕스 ( Anaheim Ducks) 팀이 2007년 스탠리 컵 (Stanley Cup) 에서 우승하자 온 시 (市) 가 난리가 났다. 더구나 그가 그 유명한 스탠리 컵을 안고 그의 고향을 방문하자 드라이덴 시는 시장을 비롯한 저명인사가 총 출동하여 성대한 환영식을 베풀어 주었고 시내 일주 카 퍼레이드도 했다.

  •      그 덕에 그의 아버지도 그와 퍼레이드 카에 동승하여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는데 당시 그의 아버지는 드라이덴의 택시기사였다. 이런 열기 덕에 우리 모텔도 큰 덕을 보았지만 문제도 많았다. 이들이 경기를 끝내고 모텔로 돌아와 한꺼번에 샤워를 하게되면 온수공급이 딸려 미지근한 물이 나와 많은 항의가 따르기도 했다.

  •      그 뿐만 아니라 각 팀은 모텔 예약시 그들이 예선/본선 그리고 결승에 오를 것에 대비해 금/토/일 3일을 예약하지만 경기 성적에 따라 본선 탈락 팀은 하루만 묵고 보따리를 싸고, 비록 본선에 올랐다 해도  준결승과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팀은 이틀만 묵게되어 결국 많은 공실을 초래하기 마련이었다.

  •      성인팀의 경우 경기에 패하고 돌아오면 분한 마음에 여럿이 한 방에 모여 폭주 (暴酒) 를 하고 담배 꽁초를 함부로 버려 카펫을 태우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들이 가고 난 다음에 발견해 변상을 해 받기가 쉽지 않았다.

  •      하키의 본 고장에서 하키로 인해 비수기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입을 올렸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애로사항 또한 많아지니 이미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래저래 힘든 겨울이었다. 모텔을 시작 할 때 아예 이곳에 뼈를 묻겠다던 비장(?) 한 각오는 어느덧 봄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이제는 캐나다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아니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밴쿠버로 이주해서 살고 싶어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      우리 말에  “ 변덕이 죽 끓듯한다 “ 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필자를 지칭하는 말인듯 싶었다. 이 때부터 필자는 노스 밴쿠버에서 바라보는 잉글리쉬 베이의 환상적인 야경이 불쑥불쑥 떠올라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드라이덴을 떠날때가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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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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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ngelcrack | 작성시간 22.12.26 K-문화가 세계적이 된지 얼마 안되지만 서구인들이 겨울의 고향이란 캐나다에 이주해 와서 수백년간 즐겁게 스피드와 힘과 폭발적인 열정을 즐기며 살아가는 C - 문화 속에 제대로 사셨네요.

    새해에 연재될 다음 편들이 기다려 집니다.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 작성자jungkwanil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26 - 매번 격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 작성자박오은(소교) | 작성시간 22.12.27 연재되는 이야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전 이미 다 읽었습니다만 ...
    더욱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 치과 치료는 끝나셨어요??
  • 작성자jungkwanil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27 - 벌써 끝났습니다. 돈은 좀 들었지만.
    - 이사장님과 함께 금년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KWAC 에 도움이 못되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 새해에는 두분 더욱 건강하시고 더 많은 활동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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