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는 못 가도 좋소/김문억
물과 돌이 만나 사랑을 하고 있다
하늘을 닦으면서 수행하던 누더기 구름
설악에 와서 몸 풀었네 물이 번쩍 눈을 떴네
남부끄러운울 것 하나 없이 맨몸과 맨몸으로
끌어안고 엎어지며 모난 돌을 쓰다듬으며
물이 흘러 돌 되었네 돌이 흘러 물 되었네
사랑 사랑 사랑이야 내 사랑이 네 사랑이야
큰 스님 작은 스님 동자승까지 다 거느리고
설악산 돌멩이 마다 천불동이 되었네
김문억 최상하 공동시집<하나+하나=하나2011파루>중에서
골짜기 맑은 물을 칭송하자면 용대리에서 백담사로 들어가는 골짜기 맑은 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설악산이라고 하는 남한 제일의 풍광도 좋으련만 바닥에 깔려있는 하얀 색깔의 곱다한 화강암과 설악의 큰 산에서 줄창 내려 온 맑은 물이 어우러져 골짜기 마다 하얀 물꽃을 피우고 있다.
비좁은 산골짜기에 깔려있는 돌무더기가 날카롭고 까다롭다.
아무도 손닿지 않은 숫한 물줄기가 흐르면서 굽이굽이 물보라를 만들어 하얀 물꽃을 피우고 있다.
깎아지른 골짜기의 경도가 심하여 저 아래서 올라오는 물소리가 우렁차고 압도적이다.
물줄기가 완만하고 밋밋한 것이 아니고 힘차게 용트림을 하는 모양으로 마치 거대한 白蛇백사 한 마리가 승천을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형용이다.
그렇게 장엄한 물소리와 일렁이는 수목樹木에 함몰되어서 혼맹을 빼앗기고 보면 천 길 벼랑으로 洛花처럼 기절할 지경이다. 심신이 같이 멍멍하다.
세월의 물레질로 깎여나간 수 많은 몽돌에서 까까머리 동자승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는 이미 깊은 절간에 들은 분위기여서 백담사는 못 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