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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병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02.17|조회수25 목록 댓글 0

패트병/김문억 

 

 

다리 길게 쭉 뻗고 누워 

패트병 하나 떠내려간다 

 

누구의 세월이냐 남긴 것 하나 없는 바람 마저 빈 바람 날 바람만 들락날락 플라스틱 빈 병 속에서 쿨룩쿨룩 허허! 속 창새기 없는 몸이 기침은 무슨 기침 근斤 없는 껍데기가 물살에 실려 가며 쌓은 업을 화장하여 뿌리면서 흘러간다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시고 멱살 잡고 태산 앞에 소원 빌고 해 그림자 허탕치고 남 몰래 달 따먹고 매운 기침 눈물 나고 한밤중에 차양치고 달 그림자 익사하고 맨발로 뛰어가서 사랑을 하여 억척스럽게 사랑을 하여 안개 먹고 연막 치고 꽃피는 날 사망하고 천지지간을 옥조였던 매듭을 다 풀어주고 아리아리 고개고개 서리서리 풀어 놓고 

 

헛웃음 치면서 간다 

흔들흔들 취해서 간다

김문억 시집<지독한 시2008파루>중에서 

 

누가 버린 패트병일까 

개울물에 둥둥 떠서 흔들흔들 떠내려 가는 빈 패트병을 보자 하니 마치 죽은 사람 시체 하나 떠 내려가는 것과 다름 없다 

천지지간에 옥조였던 인생사 모두 풀어내고서야 비로소 편하게 떠나가고 있다. 바람만 가득 싣고 바람에 밀려 더나가고 있다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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