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글 방

슬픈 인연

작성자Angelcrack|작성시간23.02.28|조회수52 목록 댓글 0

1년 반전에 권총과 칼을 든 복면 강도들이 난입을 했었다. 극적으로 권총을 겨눈 녀석의 요구대로 손을 들며 고심을 하는 순간에, 칼을 든 녀석이 카운터의로 껑충 뛰어 오르는 것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허공에 떠있는 순간이 가장 불안정하다는 절호의 기회로 녀석을 세차게 밀어 떨어 트리고 카운터 뒤로 숨었다.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녀석이 칼을 휘두르는 순간 숨겨 둔 몽둥이를 들고 일어나자 도망을 쳤다. 쫒아 가다가 별 피해를 본 것도 없어 되돌아 와 칼에 맞아 깨어진 진열장과 쏟아진 상품들을 정리하려니, 녀석의 지갑이 떨어져 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여러 곳에서 전화로 신고를 해서 추적 중이니 곧 잡은 뒤에 오겠다던 경찰차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몰려 왔고, 감식반까지 몰려 와 거의 4시간을 수사로 북적댔다.

며칠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소식에 많이 화가 났지만, 고위 경찰께서 청소년들 범죄가 너무 늘어 수용할 감옥이 부족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한탄을 했다. 참기로 하고 잊고 살았는데 열달만에 다섯 달 뒤에나 있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

현행범으로 잡힌 녀석들을 곧바로 보석으로 빼낸 부모들이 뭔가 핑게 거리를 찾아 감형시키려는 것 같아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아는 경찰, 법조인들에게 물으니 흉기가 진짜면 실형을 받을 것이니 진실만 말하면 된다고 했다.

감식반이 권총은 확인한다고 가져 갔고, 칼은 녹화영상으로 검색한 결과 곧바로 검색해 흉기라고 확인을 해주고 간 터라 굳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낼까 의구심이 들었다. 법적조치이겠지만...

감형이나 경범죄로 처리를 하려는 의도라면 변호사가 밥값을 하려고 교묘한 질의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엉터리 영어에 성질대로 화까지 내면 않되겠다 싶어 법정통역을 요청하며, 교민들 통역을 검찰 편에서 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사람은 배제 해달라고 했다.

난생 처음인 법정 출두라 서둘러 준비를 했다. 한복을 입고 가서 시비가 걸리면 물러서지 않겠다 했더니 딸이 제발 신사복이나 캐주얼하게 입고 가시라고 막내에게도 막으라고 지시를 했단다.

몰래 개량 한복을 입고 눈밭에 나가 인증 샷까지 찍고, 출두를 하려니 자기가 가서 기다리겠다며 절대로 한복 입지 말고 오라고 문자를 보내 왔다. 통역과도 시비가 걸릴까 싶어 자기가 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다른 일로 오라고 해도 안 온다더니 바쁜 월요일에 200킬로나 달려 왔다.

방송시절 몇 번이나 구조조정이나 특감을 할때 흉기들고 집에 까지 찾아 와 협박하는 사람들을 문틈으로 보고 자란 녀석이라 쉽게 쉽게 좀 살면 않되냐고...

시간이 되어도 통역도, 관리도 안 나타나서 한 중년의 여직원을 세워 물으니 우리 가게 꽃을 어머님이 자주 자랑해서 나를 안다며 출두 통지서를 가지고 갔다. 한참 뒤에 돌아와 법정과 공판 시간이 바뀌었다며 다른 법정으로 데리고 갔다.

새 법정 앞에서 한 무리의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니 답이 없이 표정이 싸아 했다. 다른 쪽에 한 여인이 앉은 긴 의자에 앉아 기다라며 다른 그룹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내 쪽의 여인은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다 싶었는데, 우리 옆에서 댄스 교습 받는 아이를 픽업하려 기다리다 강도들을 신고한 모범 시민이었다.

변호측이 신사적이고, 증언 말미에 혹시라도 피해자 입장의 개인적 의견을 물으면, 황당하고 괘씸하긴 해도 아이들의 치기일테니, 공개사과하고 다시는 않겠다고 각서로 약속하면 우리 사건만이라도 용서를 해주십사 부탁을 드리려 했었다.

당시 소문대로 피해자가 여럿이고 흉기로 위협을 했다면 아무리 잘 아는 사람들이라도 배려하기가 어렵지 싶었지만...

시간이 되자 법정 담당관이 우리 두 증인을 다른 곳으로 데려 가서, 실형이 떨어질 것 같으니 법정안에서 궂이 서로 마주치지 말고 경찰증언으로 진행하게 하고 끝날때 까지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 가게 하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나 많은 관련자들이 법정과 사무실을 오가며 판결을 마치고는 먼저 나가라고 했다. 일주일 이내에 사무관이 찾아 가 손해 배상할 부분이 있으면 처리해 줄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할 것은 없고, 다만 이런 불상사가 없었으면 싶다. 어느 나라나 청소년들의 소소한 물건을 집어가는 치기 정도는 재미로도 하는 것이라 이해는 한다.

그러나 총과칼을 들고 위협을 하는 황당한 사건의 트라우마와 경찰의 권고로 뒷문을 폐쇄했다. 뒷문앞 500 세대나 되는 손님들이 눈비와 무더위에 150미터 이상을 돌아서 오가야 하는 불편과 불평이 말이 아니다.

그때마다 황당한 순간을 바늘로 찌르듯 상기시킨다. 들어 오는 젊은이들은 단골이 아니면 반갑기보다 강도는 아닐까 매의 눈으로 먼저 살펴야 하는 불안과 미안함으로 훨씬 더 큰 정신적 손해다.

법적제한도 있고 멋적어 멀리 다른 쪽으로 멀어져 가는 한 피의자의, 내가 잘 아는 친척들을 보며 이건 또 전생에 무슨 슬픈 인연으로 생긴 현실일까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