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김문억
너 두고 죽지 못해서 혼백으로 다시 돌아왔네
생각다 생각다가
붉다가 검붉다가
나는야 두 번 죽어도 당신만을 사랑하겠네
구멍이 숭숭 뚫린 내 유골 화석이 되어
어느 고고학자의 손끝에서 발굴되는 날
사랑의 용광로라는 이름으로 간직된다면
사랑한 죄가 천 년 후에 그렇게 사면을 받아
숭고하고 가슴 아픈 옛 얘기로 남는다면
뼈아픈 가시 돋아도 사랑하다가 죽겠네.
이탈리아에서 5천년이 된 러브 유골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린 남 여 두 사람이 꼭 겨안고 있는 모양의 뼈가 발견 되었는데
발다로의 연인으로 명명된 이 화석이 오천 년의 사랑이란다.
문득 오래 전에 써 두었던 흑장미 생각이 나서 다시 꺼냈다.
김문억 시집<지독한 시2008파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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