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김문억
등불을 달아놓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다
경전을 펼쳐든 잡목 숲 잎새들이
경배와 찬양을 하는 예배시간이었다
소리는 뚝 그치고 깊은 정적이 고여 든다
묵상의 기도가 흐르는 숲은 滿水의 강물로 출렁이며
꿈꾸는 진주 한 알이 산중에서 크고 있다
김문억 시집<지독한 시2008파루>중에서
숲에서 매미가 우는 풍경은 종교의식 같다
어두컴컴하도록 진하게 숲이 우거지는 여름철에 한 떼의 매미가 맵싸게 울어대면 마치 통성기도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청소년 시절에 교회를 간 일이 있다. 회당 안의 불을 모두 끄고 어둠 속에서 통성기도를 하는데 거의가 다 통곡을 하면서 괴성을 질러댔다
어떤이는 의자에서 벌떡벌떡 일어나면서 두 손으로 허공을 찌르고 궁둥이로 의자를 때렸다
수 많은 신도가 한꺼번에 하는 행위라서 교회당이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이 돌았다.
단상에서 요령 같은 종소리가 딸랑딸랑 울려 오니까 일제히 조용해지고 침묵이 흘렀다.
솔직히 나는 처음 본 광경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 뒤로 아우성치는 매미 소리를 듣게되면 통성기도 풍경이 겹쳐온다
숲에 들어 매미가 우는 동안 그 때 광경이 문득 겹쳐왔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은 마구 뛰면서 통성기도를 올리지만 나무들은 그냥 가만히 경건한 자세로 매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매미의 울음 소리가 일제히 뚝 그치고 나면 납덩이 같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매미 소리가 파도를 몰고 온 탓일까 그 침묵 속에서 만수의 강물이 어깨까지 차 오르는 상상에 빠진다
녹음이 절정으로 물들어 가는 숲 속 풍경이 또한 그렇다
이쯤 상상의 물 속에 빠지고 보면 진주 한 알이 어찌 산중에서 크고 있다 하지 않겠는가
영롱한 꿈이고 초록 빛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