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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부자

작성자Angelcrack|작성시간23.03.30|조회수64 목록 댓글 0

우리 가문의 가훈은 세종께서 내리신 "가전충효 세수인경"이고, 부칙처럼 고지식하니 "정치를 하지 마라!" 였다.

할아버지 방에서 자란 내게는 "개똥 밭에 굴러도 개똥을 안 묻힐 자신이 있으면 굴러라!"라는 가르침이 하나 더 있었다.

고3 되자마자 교내체벌에 항의데모를 하고 징계를 피해 달아났다. 8개월만에 오히려 역전이 되어 좋은 조건에 취직까지 보장받고 돌아 왔을 때 하신 말씀이다. 당당하면 해야 한다는...

잘 되어 돌아 왔는데, 어린 나이에 하필 당시 유명한 호텔에 취직을 하기로 했다고 가족들이 말릴 때, 할아버님의 이 한 마디로 정리가 되었다. 회사에서 더 좋은 곳으로 추천해 발령도 못 받고 떠나 공인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일경의 핍박으로 많은 재산을 잃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했고 해방 후에도 법적 자격을 가진 많은 귀속재산을 빼앗겨도 찾지 말라고 말리셨다.

기관에 계신 형님들이 찾으러 갔다가 할아버님 생각해서 그냥 돌아 왔다고 먼 훗날 털어 놓으셨는데, 그들은 이미 망했다고...

서울 근교에 각각 100 가호나 되는 두 집성촌에 많은 가족들 건강하고, 존경받는 것으로 만족하셨다. 6.25 때 눈 앞에서 잃은 가족들에 많이 아파하셨지만...

사실 북괴포병대들이 숨어 든 산골에 미군 B-29 폭격으로 10 여명 가족이 폭사를 했지만, 우리 나라를 구하느라 한 작전이라며, 자신도 불구가 되어 95세로 떠나실 때 까지 한 번도 보상을 요구하거나 미군을 원망하신 적이 없다.

생신, 추석, 설에 열흘은 찾아 오는 이 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할 뿐...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를 저지르고, 고위 공직자들이 수 십억씩 뇌물을 받아 먹고 나라를 망치고 있는 지금, 그들이 과연 우리 시골 할아버님 보다 부자답고, 지도자스러울까 싶다.

할아버님 재산도 아버님이 일찍 돌아 가셨을때, 어머님과 할아버님 모시기로 한 세째에게 사촌들까지 14남매가 유산 포기각서 받아 모두 몰아서 상속을 해드렸다.

그때 할아버님의 만류로 포기한 귀속재산이 요즘 싯가로 얼추 2천억원을 넘을 듯 하다. 하지만 할아버님 말씀대로 어차피 우리 것은 아니였으니 욕심내지 말라는 당부에 누구도 토를 달고, 아쉬워하지 않았다.

30여년 전에 한국 정부의 자존심 문제라고 막은 원폭취재를 하러 히로시마에 몰래 들어 갔을때, 보름간 숙식, 교통, 섭외등 모든 뒷바라지를 해 주신 일본인 한국 신부님 가족들께 빚을 진 것은 잊지 못한다.

세월 따라 타국까지 와서 집도 절도 없이 고생은 하지만, 열심히 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만으로도 할아버님 못지않은 부자라 생각한다.

당당하지 못한 부자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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