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글 방

죽은 시인을 찾아서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3.04.02|조회수19 목록 댓글 0

죽은 시인을 찾아서/김문억 

 

 

 

잘 가셨습니다 수고한 생애를 벗고

 

그 때 그 술잔 속에서 첨벙거리며 토론하던 의식화된 상말과 도덕경과 분노와 덕담은 다 갖고 가셨나요찾아도 없습니다

껍데기는 벗어놓고 육탈을 한 뼈만 갖고 홀연히 가신 뒤 보이는 것은 모두 화장됐지만 시는 아직 남아서 달빛에 지환을 걸고 석양에 금을 뿌리며 열심히 곡을 합니다

덤불 속으로 실종된 메모지는 모두 푸른 잎이 되고 서랍 속에서는 부화를 기다리던 번데기와 알이 쏟아졌습니다

걱정 마세요 디지털 시대에 시인은 해마다 풍년이 들어 폐암 환자 몇 빼고는 모두 무사합니다

그 날 요단강 깊이는 무릎 아래로 흐르고 너울거리며 강물을 질러서 가는 나비의 날갯짓은 아름다운 명품이었지요

감방은 텅텅 비고 곡식은 빼곡하다는 상상편지를 받았습니다

취업을 했다는데 월급은 얼마를 받았나요당신 스스로 임금을 깎았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겨울입니다 시는 책을 떠나고 앉을 자리가 궁하지만 당신의 유고집에서 첫눈을 읽으며 산 자가 죽은 자의 위로를 받습니다

 

공짜로 지하철을 타면서 사망연습 합니다  

 

춘란 꽃피다 꽃가마 타고 오셨네 고개 들지 못하네연지 찍고 곤지 찍고 족두리 눌러 쓰고옷고름 풀어줄 낭군 기다리는 거겠지요

김문억 시조집<김문억의사설시조2019파루>중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