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屍身을 기증寄贈하다/장명자
‘시신기증屍身寄贈’을 마무리 하고 왔다
더 없이 편안하다
걸리는 것 매달리는 것 없이 나 전체가 홀가분하다
천근만근 달라붙던 스트레스 다 털어내고
세월처럼 무게 없이 날아갈 듯하여
마침내 내 인생을 마무리 한 것 같아 너무 좋다
우리 맏이 혁이도 동의 해 주며
“엄마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할게요”
“고맙구나 아들이 알아주니 또한 고맙다 혁아“
손주들에게도 할머니의 갸륵한 정신을 알아듣게 설득 해 준다고 한다
교직에서 20년 근무를 하고 청소년상담 보호관찰위원 중학교카운슬러 성상담 문맹자 지도 강사 등 자원봉사를 25년 했다.
많은 봉사를 했지만 죽어서도 줄 수 있는 것은 몸뿐인 것 같아서 결심을 했다.
죽으면 10원 짜리도 못 되는 몸이지만 귀하게 쓰인다고 하니 이 또한 봉사라고 생각 했다.
살아있는 동안 병원 신세를 너무 많이 지고 있으니 죽어서나마 조금이라도 신세를 갚고 싶다
정상적인 실습을 하려면 의대생 3-4명이 1구의 시신이 필요한데 현재는 20명이 1구의 시신으로 실습 하는 실정이라고 하니 꼭 해야겠다 결심을 했다
실습생을 위해서도 의학계 발전을 위해서도 잘 한 것 같다
갈 때까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잘 간수 해야겠다
죽은 몸이라도 기증을 할 물건인데 건강하고 깨끗해야겠지!
나는 건강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자랑스럽다
※빈소도 차리지 말라고 했다.
장명자 시집<내가 만든 꽃신2022현대시조사>중에서
장명자 프로필
1938년 생으로 개성의 부유한 지주의 맏손녀로 내어난 뒤 출산 9개월 만에 생모가 돌아가셨다
1.4 후퇴 때 아버지가 계시는 대구로 가서 살았다
1958년 대구사범학교 본과를 졸업하고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1978년 20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서울 영훈초등학교에서 퇴직했다
지금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