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시/김문억
반 평도 채 못 되는 내 마음 작은 밭에
어느 날 우리가 심은 나무 한 그루 크고 있다
네 이름 문패를 달고 집 한 채를 지었다
그리움에 시달려도 뿌리 깊은 키로 자라
하루에 몇 차례씩 분홍 꽃이 피고 지고
시시로 바람이 와도 휘어졌다가 일어선다
기다림에 곱게 물든 시 한 편을 접으면
새들이 와서 물고 먼 하늘로 오를 때
슬픔도 기쁨도 모두 씨 봉지로 남는다
언약에 지문찍어 맹서한 우리사랑
쓰고 떫은맛도 들큼하게 맛이 들면
강물을 다스리면서 먼 바다로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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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글워드에서 또 한 편의 작품을 찾아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쓴 글 같은데 깊은 곳에 묻혀 있네요
이렇게 잊고 지내던 글을 만나면 너무 반갑습니다
어쩌면 진한 연서를 써 놓고 마음 한 편 부끄러움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밀려오는 글감이 쌓여서 대충 메모를 하여 묻어 둔 것인가
이제는 나이를 들고 보니 변죽이 더 생기고 넉살도 늘었으니
부끄부끄 뭐 그런 것이 뭐 있을까
시집에는 넣지 못한 연가 한 수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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