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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여름과 개미

작성자가제트|작성시간23.07.07|조회수31 목록 댓글 2

여름과 개미

 

                        설강 유장원

 

누군가 버리고 간 얼룩 진 식탁보 위

개미들은 며칠 먹을거리를 열심히 실어 나른다

먹거리들이 바닥에 떨어질 동안

개미들은 모이고 우린 흩어진다

 

여름이 우리를 위로하는 방식은

지글거리는 땅 위에 부는 바람

짓이겨진 산책로 위에서 다시 자라는 지독한 생명

부랴부랴 쏟아놓고 간 소낙비 겨드랑이에 핀 무지개  

버려진 곳에서 먹거리 나르는 개미

 

여름이 우리를 희롱하는 방법은

뽀글거리는 땅 위에 푸석한 모래

산책로 위로 피어오르는 먼지 아우성

소나기 지나가고 올라타는 우박들

눈앞에서 빠글대는 개미떼

 

땀이 비실거리는 눈썹 위로 손등이 올라탄다

땀을 다 훔쳐내니 개미들도 다 흩어진다

잡초 사이에서 헐떡이던 여름이 숨 고르기 한다

비로소

개미가 핥고 간 얼룩진 식탁보

접고 접어 통 속에 버린다

 

여름은 개미를 낳고

개미는 여름을 낳고

여름은 우리를 낳고

우리는 여름을 버리고.....

싶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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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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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오은(소교) | 작성시간 23.07.08 아까운 여름을 버리다니요.
    빠글대는 개미만 버려 주시고 ...
    그래도 아름다운 이 계절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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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가제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7.08 어제는 너무 더워서 버리고 싶은...
    오늘도 만만치 않을 듯해서요.
    무더위, 건강히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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