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는 음악입니다
그리고 사설시조는 엮음입니다
엇그제 사설시조 한 편이 올라와서 본 적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두가지만 생각 하면서 사설시조를 쓴다면 어느 정도는 모양을 갖출 수 있습니다
가령 김문억이 좋아하는 정선 아라리를 한 번 생각 해 봅시다
삭다리 나무 한 짐 지고 *소금 팔러 갔는데
백봉령 구비구비 부디 잘 다녀 오세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비유를 해 본다면 이 가락은 시조로 치면 단시조에 해당합니다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람구암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을 모두놓고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낳달라고
백일 정성 기도 할 때 타관객리 외로히 난 사람 관시를 마라
위 가사는 엮음 아라리 라고 합니다
비유 한다면 사설시조지요
소고나 장고를 치면서 멜로디 없이 그냥 낭송을 해 본다 해도 일정한 리듬의 가락이 나옵니다
사설시조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설정되면 그 주제를 중심에 넣고 멋스러운 노랫가락이 될 수 있도록
말을 엮어 만들어 가면 됩니다. 여기서 흩으러지지 말아야 할 부분이 엮음새의 연결은 계속 시조가락 4 4 음보를 기본으로 합니다
이 때에 따라 붙은 무수한 이야기들은 물론 주제와 너무 동떨어지면 안 되는 일이고
어디까지나 긍정이 되는 비유라야 합니다만 망설이지 말고 보다 더 과감한 詩語의 도입과 표현을 시도해야 합니다
내가 그 동안 사설시조를 쓰다가 지금 은퇴를 한 뒤 되돌아 보면
글의 길이가 좀 길어졌다는 것입니다
사설시조라고 해서 중장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고 보면 자칫 자유시로 오해 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일은
꼭 길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어떤 글감을 잡았을 때
이 글은 단시조 형식 보다는 쉬임없이 내처 사설로 표현하는 것이 작품을 더 맛갈나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인식이 성립될 때
사설시조 형식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주제에 대한 표현의 선택입니다
사설시조에는 보다 더 이야기가 선명한 풍자 해학 개그 수필 소설 따위가 적나라 하게 나열되면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감동을 우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표현된 사설시조라면 명품이지요
우선은 어떤 글감을 잡았을 때 판소리 사설처럼 아니면 김건모의 멜로디처럼 이야기가 쿵짝쿵짝 가락을 타고 쓸 수 있는 습관이 되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오랜 창작 경륜이 있어야 하겠지만 시를 쓰는 사람도 가끔은 산문도 써야 한다고 주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장을 끌고 나가는 지구력이지요.
해야칸에 시조를 계속 쓰고 싶다면 이미 고전으로 내려오는 '판소리 사설' 여섯마당을 만드시 읽어 보세요
내가 말하는 열 마디 보다 한 번의 통독이 훨씬 실감 할 것입니다요.
사설시조를 쓰지 않더라도 시조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판소리사설집을 안 읽는다면
이는 마치 1학년에 입학한 초등학생이 국어 책 교과서 없이 학교에 가는 것과 흡사한 일입니다
판소리 사설시조집은 시조문학의 판타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