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으면 좋겠다1/김문억 사는 게 심심하다 눈이 왔으면 좋겠다 내려 받은 흰 바탕 새 파일 깔아놓고 첫 새벽 첫 발자국 백지 위에 쓰고 싶다 배고픈 산새들이 내 부름을 알까 아껴둔 쌀 한 줌을 눈 위에 뿌려주면 고놈들 눈이 밝아서 쌀밥 찍어 먹겠지 눈덩이를 굴리면서 누가 이리로 오고 있다 시린 손 호호 불며 작은 소년이 오고 있다 그 옛적 때 묻지 않은 하얀 내가 오고 있다 오도가도 못 하던 작은 섬 하나가 풍랑에 부침하며 가물거리던 섬 하나가 오늘은 눈사람이 되어 내게로만 오신다. 2023.12. 10. 07: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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