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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하루/이명희(목향)

작성자이명희|작성시간24.02.06|조회수64 목록 댓글 2

유령의 하루      목향 이명희

 

 

주어가 뚜렷하지 않은 채 두 발 동물로 다닌다

가공된 사람과 길고양이

누구에게 눈을 맞출지 고민한다

 

바지춤에 부끄러움을 숨긴 채 걷기만 한다

존재감을 거부하고 고개 숙인 남자

 

사양이 좋았던 컴퓨터의

버퍼링이 길다

걷던 길, 또 걷고, 돌고 돌아

하드 디스크에 에러가 났나 보다

 

더는 진화할 일이 없는데

어깨를 올린 채 왼쪽 길만 고집하는 한 줌의 자존심

사계절을 스쳐 지나가도 알 수 없는 투명 인간

 

낮이 겹겹의 어둠으로 깔린다

그림자가 짧은 남자에게

웃음소리가 야유로 접속된다

 

남자의 소심한 기운이

내게 숙주가 될까 봐 몸을 사린다.

 

 

 

 

 

 

시작노트-산책할 때마다 만나는 어느 은퇴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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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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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오은(소교) | 작성시간 24.02.07 요즘 회원님들 덕분에 카페에 온기가 느껴져요.
    가끔 사진도 글도 떨구어 주시니 ...

    음력설이 다가 오니, 제대로 새해를 맞이하네요.
    가족 모두 행운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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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이명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07 카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소교님이 카페지기를 잘 하시고,
    회원님들의 인품이 좋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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