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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바퀴벌레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02.23|조회수28 목록 댓글 0

시인과 바퀴벌레 

김복실 

 

 

술을 자시고 

목구멍으로 목구멍으로 술을 자시고

갓 깨난 바퀴벌레 그 혐오를 향해 

오늘도 170° 충격으로 스프링을 튕기는 사람

 

고이헌 놈

반지르르 하게 겉도는 기름기에 취해

미끼에 달려드는 공복을 응시하며

부작용 덧난 눈빛에 처방전만 구기는 사람

 

해야 해야

한낮을 기다려도 차오르지 않는 해야

사금파리 조약돌로 뚝딱뚝딱 집을 짓고

뽀오얀 밥사발만한

알을 슬어 놓는 사람

김복실 시조 집<블랙박스1998선우미디어>중에서

 

 

곰곰 생각을 유발 시키는 이 작품도 명품이다.

시인과 바퀴벌레는 창작을 하는 시인의 고독을 바퀴벌레 한 마리를 탄생 시키면서 시작되고 있다

여기서 바퀴벌레는 시인 자신이다

본디 바퀴벌레의 특성은 그냥 가만있는 벌레가 아니다언제나 공복상태처럼 먹을 것을 찾아 킁킁거리면서 사방으로 날고 기는 잽싼 동작의 버러지다창작을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언제나 정신적으로 공복이면서 배고픔을 느끼고 있다바퀴벌레는 냄새도 잘 맡으면서 동작이 매우 빠르다작가 자신을 바퀴벌레로 치환 시킨 것은 너무 뛰어난 생각이다.

목구멍으로-- 반복적으로 표기된 것은 거듭 마신 술에 170도 확 취했다는 얘기다스프링을 튕기듯이 말이다

왜 180이 아니고 170도 였을까완전히 뿅 가지는 않은 만취의 상태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개그를 생각 해 본다. 10% 정도는 혼미하게나마 깨어 있어야 바퀴벌레의 행동개시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 째 수로 가 보면 본격적으로 창작의 아픈 너스레가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작용 덧난 눈빛에 처방전만 구기는 사람

 

시 한 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고백이다제대로 완성된 작품의 처방전이 나오지 못하고 미완성의 원고지만 구겨지고 있다.

 

 

해야 해야

한낮을 기다려도 차오르지 않는 해야

사금파리 조약돌로 뚝딱뚝딱 집을 짓고

뽀오얀 밥사발만한

알을 슬어 놓는 사람

 

종장을 천천히 읽어보면 너무 아름답다고통의 시간이 이렇게 빛나고 있다한낮을 기다려도 내 가슴을 환하게 비춰 줄 문장 한 줄이 안 떠오르고 있다다만 메모장처럼 떠 오른 몇 개의 문장을 사금파리 조약돌로 비유하고 있다그것들을 맞춰서 뚝딱뚝딱 시조 한 채의 집을 짓고 그나마 그것으로 자위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사발만한 알을 슬어 놓았다고 한다탄생의 알이다.

발표되고 있는 여타 작품에 비교하여 별나게 돋보이는 개성과 완성도에 매료되어 이 분의 작품을 계속 소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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