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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녀/김복실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03.08|조회수40 목록 댓글 0

필녀/김복실

 

 

까다로운 입맛을 달래며

식빵에 버터를 바른다.

 

새마을 블록과 초록색 슬레이트로 위상을 가다듬은 배금실 이스트 냄새가 어지러운 저 어지러운 60년대 미제 옥수수 가루를 부풀릴 대로 부풀린 빵 한 덩어리가 부황나서 마른 쇠똥 마냥 푸석거리던 우리들 성장기 영양 결핍을 해결하지는 못 했어도 한 주먹 산토닌으로 횟배를 앓으며 온종일 가물거리기만 하던 노랑꽃 하늘을 가려 주지는 못했어도 나란히 급식을 기다리던 필녀는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집에 식모 살러 가고 어느 날은 밤낮없이 맞교대 하는 방직공장 조국근대화의 기수가 되었으나 또 어느 날은 넷 쌍둥이를 거뜬히 낳아 도지사의 빛나는 금일봉을 받았으나 서둘러 하나 씩 해외 입양 보내고

 

미국산 포크와 나이프로 바비큐를 썰고 있다.

-김복실 시조 집<블랙박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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