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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글쎄유, 선거 때가 또 됐다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08.08|조회수17 목록 댓글 0

글쎄유/김문억 



 

요즈음 우스갯말로 충청도 버전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아부지 돌 굴러유~~ ’ 하는 동안 돌에 깔려 죽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된 유머로 단순히 말이 느리다는 것을 빗대고 있다.

‘서울 행 발~착~~ ’ 하는 동안 벌써 ‘용산’ 하더란다.

글쎄유~ 하고 여운을 남기면서 말을 끊고 보면 뚝 고무 같은 속내를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 내 고향 충청도 사람이란 거다.

이야기의 시초는 정치판에서 나온 것으로 충청 전라 경상의 3도 지방 색깔이 뚜렷하던 3김씨 시절부터 있었던 얘기다.

어느 당을 지지 하느냐고 물었을 때 '글쎄유' 하고 입맛을 다시고 나면 그 속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여론조사가 불가능해서 정치꾼들이 판을 에측하기에 애를 먹는다는 뒷얘기다.

  충청도 아저씨가 노점에서 농산물을 팔고 있었다.

‘이거 얼마요?’ 하고 물으니까

‘알아서 주세유’ 하더란다.

‘만 원이면 돼요?’ 하고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니까 그  아저씨 대답이

‘그냥 내비둬유~~ 집에 가지고 가서 소나 삶아 멕이지유 뭐~~ ’하더란다.

어디까지가 참말인지는 모르지만 이쯤 되면 말이 느리면서도 표현이 불확실 하고 보니 말을 듣는 상대가 황당할 수도 있겠다.

개고기를 먹을 줄 아느냐고 물어보는 말도 우리 고향 사람들은 그냥 '개 혀?' 하면 그만이다.

구태여 어떤 수사나 군말이 필요 없다. 토박이말로 앗쌀하게 말을 줄이고 만다. 그러니 타지 사람이 듣는다면 개 혀가 뭔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있겠는가.

누가 길을 물으면 이십 리 길 삼십 리 길도 그저 시치미 뚝 떼고 요기요 조기요 한다.

길을 물어 찾아가는 사람이 요기조기만 믿고 걸어서 가게 되면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완만함의 느린 행보에 어떤 음모가 서려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하면서도 쉽게 동화될 수 없고 소통이 늦되는 것은 그 지방의 오래된 태생적 생활습성에서 오는 탓일 뿐 그 속에 어떤 계산이나 야로 같은 것은 없다.

 

비록 땅덩이는 크지 않지만 지방마다 갖고 있는 특질이 있다.

사람도 같은 자연이기 때문에 지리적 환경에 따라서 성격도 같이 동화되는 이치다.

산악지방 사람은 온순하고 수동적이며 해안지방 사람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평야에 사는 사람은 지구력이 있으면서 고집이 있고 대도시 사람은 약삭빠르고 부지런하다.

이는 일종의 진화론적인 결과다.

겨울철새 가마우지가 먹이가 많은 해안에서 서식을 하다가 보니 계절이 바뀌어도 날아가지도 않고 계속 남아 있는 바람에 새 꼬리가 점점 지느러미로 변하더란다. 놀라운 일이다.

아무튼 내륙이면서도 넘어야 할 큰 산도 없고 바람 걱정을 할 큰물도 없다.

산은 산으로 가고 바다는 바다로 가고 없는 야트막한 고을이 충청도다.

바다를 끼고 전라도와 접경을 대고 있는 남도 보다는 내륙 기질이 농후한 북도를 두고 이른 말이다.

백두대간 태백준령이 오른쪽에 길게 누워있고 갈비뼈 같은 차령산맥과 거대한 고개 추풍령이 남쪽 바람을 막고 있다.

서해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내류지방으로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순박하고 착할 수밖에 없다.

그저 고만고만한 산자락 아래서 고만고만한 논밭을 부치면서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여 살아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이 우리나라 배꼽 터 충청도다.

산 좋고 물 좋은 곳, 그래서 청풍명월 고장이라고 했다.

 술수를 모르고 꼬장꼬장 하면서 강직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뿐이다.

그러고 보니 애국심이 강하여 충신이 많이 나오고 효친사상이 깊다

 

재미있는 것은 3도의 기질이 사뭇 다르기도 하지만 말을 하는 소리의 파장이다.

수도권에서 시작해서 충청도와 전라도는 말 소통에 있어 크게 불편한 것이 없다.

이는 말의 리듬이 長短으로 되어 있어 수평적이며 꼬리말 어감이 조금 다를 뿐이다.

하지만 영남 말은 된소리가 많으면서 아래 위 높낮이로 뛰기 때문에 우마차 자갈 밭 가듯 덜컹거리면서 튀어 오른다.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충청도와 전라도는 지리적으로 그냥 터 있는 하발통이지만 영남지방은 추풍령 이라고 하는 큰 재를 경계로 하여 독립된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말소리의 시원을 연구 해 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일본 땅이 가깝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짐작을 어렴풋이 해 볼 뿐이다.

그네들이 침략을 수 없이 한 것 말고도 오랜 옛날부터 통상을 해 왔다는 근거가 역사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과거 정치사에서 3김씨를 합쳐준 사람도 충청도 김씨였고 경상 전라도 대통령을 돌아가면서 당선시킨 사람도 충청도 김 씨였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투정부리는 대통령을 앞에 두고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통령을 혼내 준 사람도 충청도 김씨였다.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면 두 김씨가 안달을 하면서 충청도 김씨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지만 그럴 때 마다 그 충청도 김씨는

‘에~ 그것이 글쎄유’

하면서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 분은 언제나 ‘함부로’ 란 말을 앞세우면서 처신에 진중했다.

너무도 극명하게 나타나던 3도 출신의 3김씨의 성격이었다.

   그 중에서도 내 고향 청원군은  신라 고구려 백제가 서로 뺏고 빼앗기던 접경 지역이다.

지금도  그 곳에서는 3국의 유물이 다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나라가 바뀌는 혼란 속에서는 누가 적이고 누가 내 편인지 어려운 형국이어서

힘없는 백성 입장에서는 벙어리 구실을 하는 것도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 지방 특유의 ‘글쎄유’ 유래가 여기에 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도 일리 있는 말이다.

수가 많은 두 김씨에 비해  양 손에 떡을 쥐고 버티면서 지낸 충청도 김씨처럼 말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保身을 위해 동서로 뛰는 것이 아니다. 진드가니 자리보전 하면서 양 편을 조율하는 축의 무게였다.

그러나 한 편, ‘글쎄유’는 단순하게 얼버무리고 마는 오리무중의 글쎄유가 아니란 것을 아는 사람은 또 다 알고 있는 터수다.

속내를 성급하게 내 놓지 않는 이면에는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끈기와 태산 같은 뚝심이 버티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숨어있는 충청도의 무서운 힘이다.

때문에 먼저 성질내는 놈이 진다고 충청도 사람 이겨 먹을 라면 곁에서 같이 구들장 지고 진드근히 기다려야지

가스 불에 냄비 끓듯 겅중거리다가는 엎질러진 라면 꼴 되기 십상이다.

한 때 충청도 합 바지 어쩌구 저쩌구 합죽이 알사탕 깨무는 소리 하던 의원들

나중에 결국은 회전의자 볼트 빠지는 바람에 와르르 낙마해서 낙동강 오리알 되고 말았다.

유순하기로 치면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이지만 유하다고 함부로 하면 양반 대꼬바리에 대갈통 쥐구멍 난다.

성깔이 대쪽이고 청솔가지 솔잎이다. 올곧고 촘촘한 한산모시 중의적삼이다.

소신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투표 결과도 어느 지방처럼 한 쪽으로 쏠리는 몰표가 절대 안 나온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고장이다

글쎄유 이면에는 오래도록 지켜 내려온 충청도 양반으로서의 무서운 자존심이 똬리 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큼!.

 그러나 특질은 특질일 뿐 그것이 무조건일 수는 없다.

좋은 습관은 보전을 하되 같이 어울리기 어려운 일이라면 고쳐 나가야 소통에 지장이 없다.

 

문명이 최고조로 발달하고 다양한 정보와 교통으로 지구촌이라고 하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지금

글쎄유의 특질은 장점도 있겠지만 손해 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서비스업이 성행하고 있는 현대에 와서 타지 사람 보다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장사를 하거나 고객 창구에서 일하는 사람, 또는 손님 접대를 하는 식음 업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손님이 들어와도 그냥 삐죽허니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말을 해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 곳을 보며 대꾸한다.

속맘이야 일편단심 춘향이 마음이겠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향단이의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지역마다 특산품이다 토속음식이다 하고 돈벌이를 잘 하고 있는 중에

타 지역에 비해서 내 놓을 음식이나 특산품 같은 것이 떨어지는 이유도 적극적이지 못한 그런 표현의 늦됨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에 날개가 돋으면 바람이지만 때로는 빈 말도 사람을 위무할 수 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내 고향 사람들.

글쎄유!

그 다음에는 빈 말이라도 한 마디 내 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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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김문억의 시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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