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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08.24|조회수16 목록 댓글 0

일몰/김문억

 

 

석양은 호화로운 수의 한 벌 걸치고

관 속으로 누우면서 임종 삼매를 즐기고 있다

하관의 나팔 소리가 조용하게 꺼지고 있다

 

설핏 해 기울고 마음까지 컴컴해진다

씨 뿌림도 못해보고 탕진했던 세월은

목화씨 한 알 씨방도 몸 풀 곳이 없어라

 

내일은 또 무엇으로 해 하나를 띄우랴

서녘 한 번 못 가보고 중천에서 늘 사그라지던

그래도 작심삼일의 해 하나를 품을밖에.

-김문억 시조집<나 오늘 밥 먹었음1998선우미디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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