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밭에서 나는 소리/김문억
1
종아리 치는 소리가 대밭에서 들려온다
울먹이며 명심보감을 읽어가는 사이사이로
서늘한 바람 가르며 내려치는 회초리
잡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느니라
찬물을 끼얹는 꼬장꼬장한 호령 앞에서
끽소리 한 번 못 하고 어금니를 물고 있다
2
망국의 바람 앞에 식어가는 등불 앞에
불빛이 튀던 눈빛 유생들의 도포 자락이
엎드려 읍소를 하던 흐는낌도 들려온다
아무리 덮어봐도 바늘같이 돋는 양심이
관권 선거 지령을 만천하에 폭로했던
날푸른 어느 동량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김문억 시집<나 오늘 밥 먹었음1998선우미디어>중에서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