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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에 관한 명상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09.25|조회수19 목록 댓글 0

걸레에 관한 명상/김문억

 

 

행주가 바닥에 떨어지면 걸레가 될 수 있지만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부뚜막에 오를 수 없다

 

 

처음부터 걸레가 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지만 부뚜막에서 떨어지고부터 바닥이 더 지저분하다는 것을 행주 보다 걸레가 더 흠쳐 낼 것이 많다는 것을 마른걸레든 진걸레든 행주보다 더 깨끗하게 빨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걸레 감으로는 비단 보다 무명이 더 좋다는 것을 ...... 누구 눈에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걸레 같은 놈 한 번 돼보지도 못하고

 

 

조각 천 너무 작아서

무명 조각도 못 되어서

 

* 거제도에 있는 애광원에 시낭송 하러 갔다 온 뒤로 한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 정신박약아를 돌보고 있는 보모들의 축축한 눈빛을 본 뒤로는 시를 쓴다는 일이 너무 사치하고 내가 너무 작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글을 쓰면서 가장 괴로운 일은 실천하지 못 하는 양심이다. 입만 살아 있는 자를 흉보던 내가 점점 그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봉사는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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