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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3

작성자고쿠락|작성시간24.10.08|조회수15 목록 댓글 0

단풍 3/김문억 

 

 

 

아직도 난 너를 잘 모르겠어 진맥을 못 하겠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하지가 않아 합격 불합격 대박 나고 부도나고 입원하고 퇴원하고 일교차가 심하고부터 마음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너무 야하게 변하고 있어 그렇게 늘 서성거리며 앓는 소리 하니까 믿기지가 않아 어디론가 갈 것 같아 마지막 유언장 같아

꽃구경 멀미가 나서 울렁증으로 몸살을 앓고 시를 쓰다가 대명천지 땡볕에 세운 무지개는 무너지고 편집에서 삭제된 아쉬운 문장들이 짧은 해 부여잡고 북새를 떨고 있어

 

화려한 배웅 뒤에서

받아 읽는 점자 한 장.

 

물레방아 대나무 대롱 끝에서 빳빳하게 세운 물이슬그덩슬그덩 물레를 돌리고 있다확 속의 곡식을 찧고 있다 달아오른 공이의 힘.

김문억 시조집<김문억의 사설시조2019파루>중에서 

 

옛 사람들은 물레방아를 보고 살았지만 요즘 사람은 물레방아를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물레방아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의 힘에 의해서 거대한 물레가 돌아가고 떨어진 물이 도가니를 가득 채웠다가 확 쏟아지는 힘에 의해서

돌확 속에 있는 곡식을 찧은 공이의 힘이 가해지는 원리다

공이는 수컷이고 돌확은 암컷이다

대나무 대롱수직으로 떨어지는 물돌고 도는 물레방아공이돌확같은 낱말들이 모여서 엮어지는 문장을 잘 살펴보면서 이 시를 감상하면 물레방아는 결국 관능적인 형상이 된다한적한 시골풍경으로 늦가을 마른고추를 한 바가지 넣고 공이질을 하는 물레방아를 본 기억이 있다.  고전의 어느 단편을 읽는 듯 한가하고 행복하다.

아무것도 아닌 물레방아 단편을 그렇게 또 보고나니 세상모든 관계가 그런 이치로 돌고 돌아 간다.

하늘과 땅의 관계를 시작으로 해서 남과 북  물과 불 수컷과 암컷 +와 - 의 관계에서  에너지는 불출을 하고 생명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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