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먹으면서/김문억
갓 돋은 해를 물고 눈부신 비늘을 치며
하얀 포말로 뛰던 네 꿈의 파도를 넘어
심해深海 먼 골짜기에서 알을 심고 왔느냐
살의로 번뜩이는 칼날 앞에 초연했다
한 잔 술 입맛을 위해 생육의 제물로 올라
순교로 떠는 살점이 접시 보다 더 희다
경건한 네 죽음으로 내 목숨을 부지한다
살다가 어느 날 나도 투망 속에 덮치는 날
나 죽어 네 새끼들의 한 끼 양식이기를.
*안면도를 다녀오다가 망둥이를 잡아 돌짝 위에 올려놓고 칼로 내리친 적이 있다.
개구리처럼 밖으로 툭 튀어나온 눈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데도 사정을 두지않고
칼로 베어버렸다.
그 뒤로 망둥이 눈동자가 나를 자꾸 따라다닌다
한 때 신바람 나게 걷어 올렸던 낚시 끝에서 파닥이던 물고기의 괴로워하는 모습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뒤로 낚시는 안 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김문억 시집<지독한 시2008파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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