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蟹)가 하는 말/김문억
똑바로 가는 나를 왜 자꾸 옆으로 간다 하느냐
내가 언제 물을 떠나 맨땅으로 가드냐 비틀거리드냐 절룩거리드냐
먼 바다 헤엄도 치고 뻘 바닥에 구멍도 파고 못논에 기어올라 풀잎잡고 그네를 타도 내 집 찾아 못 가드냐
모로 뜬 눈 사팔눈이 그럼 옆으로 가드냐 네 발로 기드냐.
맹꽁징꽁 운다고 개구리가 흉 보드냐
여닫이미닫이 보고문 타박을 하고 있네
김문억의 <게蟹가 하는 말>전문
풍자와 해학이 같이 들어가 있는 사설시조다
그러면서 선입견을 갖고 살아가는 뭇 사람들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다
게는 본질적으로 똑바로 걸어가고 있는데 게를 보는 우매한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보면 게가 옆으로 기어간다고 말한다.
듣는 게는 거북하고 기분 나쁘다.
게는 개성 있는 물고기다. 창조적인 걸음으로 남다른 특장을 갖고 있다. 가만히 놔두고 보면 탈이 없는 정상인데 보는 사람이 시비를 걸면서 획일화를 요구한다.
더불어 생각나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평생 미용실을 경영하면서도 촌티 나게 살고 있는 마누라님이 나랑 같이 종로통으로 나들이를 나간 일이 있다.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으로 매우 특별한 날이었으며 반강제로 나에게 끌려나온 소풍 길이었다.
화장실에 들어 간 마누라님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걱정이 되고 있던 차에 매우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와서 하시는 말씀,
“아이. 화장실 문이 안 열려서 혼났네”
들어갈 때는 어찌어찌 해서 누굴 따라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볼일을 다 보고 나오는 길인데 도무지 출입문이 안 열리더라는 것이다. 어깨에 힘을 주고 비탈길을 오르는 구루마를 밀듯이 힘껏 밀어 봐도 이 놈의 문이 움쩍도 안 하더라는 것이다. 이대로 갇히고 나가지 못 하는 것인가 싶어서 당황한 나머지 결국은
“누구 없어요? 문 좀 열어 주세요.”
하고 소리치는데 어떤 젊은 여인이 문을 옆으로 쓰윽 밀치면서 나가더라는 것이었다.
풋 하하하하!
항상 여닫이 문만 사용하다가 미닫이문이 있는 줄은 까마득하게 몰랐던 것이다.
평소에 내 작품을 한 번쯤 읽어 봐 두었더라면 스치는 감이 있어서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을!
‘여닫이 미닫이 보고 문 타박을 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