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1/김문억 질문을 하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또렷하게 박아 놓은 활자를 잘못 읽으면 다른 사람에게 얼른 마이크를 돌렸다 출근길에서 샐러리맨이 장터에서는 아낙네가 차 속에서는 모범 운전사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토를 달아 읽어 내리고 공장에서는 산업전선의 역군이 회전의자에서는 저명인사가 마이크만 들이대면 國定 교과서를 또박또박 잘도 읽어내렸다 풍년 잔치를 하는 여의도 광장에서는 팔도 진미를 먹다가 읽어내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와서는 온 국민의 성원을 지겹도록 읽어내렸다 밭일하던 농부가 리듬 없이 빤듯하게 외워서 읽을 때 임금님 귀보다 더 큰 귀를 쭝긋 세우고 엿듣던 토끼 한 마리, 빠드득 이빨을 갈고 바다 위로 태 튄다 -김문억 시조 집<문틈으로 비친 오후1986>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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