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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옆집에 살아요 / 이용희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2.09.30|조회수68 목록 댓글 1

앞집에 살아요 

 

                                                               이용희

 

앞집에 살아요

대문 앞 골목에서

어쩌다 한 번씩 마주치지요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해요

우리가 서로 돌아서는 그때까지

골목의 가로등도 잠시 제자리걸음을 해요

 

그도 나를 이렇게 말하지요

앞집에 산다고

 

손 한번 잡아보지 않은

앞집의 사람

전깃줄이 하늘에 그은 선 때문인가 봐요

 

군중 앞에서만 셀로판지와 유리처럼 밀착하는 앞집 사람

누구인가가 아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끄덕끄덕해요

우편번호와 버스행선의 숫자가 꼭 같은 우리는어쩌면

그대는 올레에서 가위를 내려 놓고

나는 누네띠네에서 풍선을 잡다가

이 골목길에서 박수처럼 부딪쳤는지 몰라요

 

앞이라는 곳은 홀라당 옷을 벗어도 되는 뒤란이 아니라서

담장처럼 얼굴에 벽화를 마구 그려도 되는

그 앞집에 우리는 서로 따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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