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김하은
가을이 오자
그는 방에 거미줄을 쳤다
단풍잎이 스쳐 가거나
가끔 허리 굽은 잔소리가
부딪히곤 했다
거미줄 여기저기 걸린
낙엽 같은 어제를 걷어낼 때마다
방이 휘청였다
흔들리는 보금자리에서
아무 줄이나 붙잡은 채
번데기처럼 잠들기도 했다
그가 머물던 자리마다
그림자가 녹아 끈적였다
방 구석에 쌓인 허물들을 보며
마침내
자신이 나비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은 동굴 속에서
날개 없는 벌레가 파닥였다
- (춘천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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