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 감상실

여기에 없는 질문 / 천수호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2.11.15|조회수28 목록 댓글 0

여기에 없는 질문 

 

                                                                   천수호

 

사랑이 좋을 때 수선화에게 사랑을 물은 적 있다

​꽃의 죄는 대답이 샛노랗다는 것

​누워 있어서 죄가 더 많이 보이는 날이면

​사랑은 벌써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랬다

 

​천리도 아니고 만리도 아닌 아득한 길을 

노란 꽃으로 흔들리며 가는 네 모습을

​끝까지 봐주는 것이 사랑이라 믿는 게 아니랬다

 

​그땐 웃을 수 있었다 그 색깔이 거기 있다고 믿었으니까

​꽃잎에서 시작된 뒤척임이 하루를 구근으로 뭉친다는

​바람의 이야기는 믿을 만 했지만

​어찌 색을 두고 흔적 없이 사라질 궁리를 했는지

​사랑이 좋지만 않을 때 가만가만 물어보는 것이었다 

 

대답 대신 한 두 장의 풍경만 가만히 보내오고

​그것이 색 없는 고궁(古宮)이라 어둡다는

​벽돌 사진 한 장도 무심히 끼워 보내오고

​천천히 문을 여는 메신저의 반응만이 아득한 기별이 될 때

 

​이런 사실은 사랑을 꽃에게 물을 때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랬다

​사랑이라 부를 때가 많았던

​그때는 보이지 않던

​느린 걸음으로 꽃이 걷는 것을 보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