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없는 질문
천수호
사랑이 좋을 때 수선화에게 사랑을 물은 적 있다
꽃의 죄는 대답이 샛노랗다는 것
누워 있어서 죄가 더 많이 보이는 날이면
사랑은 벌써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랬다
천리도 아니고 만리도 아닌 아득한 길을
노란 꽃으로 흔들리며 가는 네 모습을
끝까지 봐주는 것이 사랑이라 믿는 게 아니랬다
그땐 웃을 수 있었다 그 색깔이 거기 있다고 믿었으니까
꽃잎에서 시작된 뒤척임이 하루를 구근으로 뭉친다는
바람의 이야기는 믿을 만 했지만
어찌 색을 두고 흔적 없이 사라질 궁리를 했는지
사랑이 좋지만 않을 때 가만가만 물어보는 것이었다
대답 대신 한 두 장의 풍경만 가만히 보내오고
그것이 색 없는 고궁(古宮)이라 어둡다는
벽돌 사진 한 장도 무심히 끼워 보내오고
천천히 문을 여는 메신저의 반응만이 아득한 기별이 될 때
이런 사실은 사랑을 꽃에게 물을 때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랬다
사랑이라 부를 때가 많았던
그때는 보이지 않던
느린 걸음으로 꽃이 걷는 것을 보고 있었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