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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생각하는 사람의 식탁 / 차현주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2.11.21|조회수44 목록 댓글 0

생각하는 사람의 식탁

 

                                                                      차현주

 

접시에 사과가 있으면 좋겠다

딱 좋은 그림이겠다 생각하니 사과가 놓였어요

제가 가져다 놓았기 때문인데요

 

사고도 같이 놓였으면 좋겠다 그랬더니

제 머리를 자르고 있습니다

정말 딱 좋은 그림이겠다

 

배경으로 통유리가 햇살을 가득 머금다 분무하고

식탁 위에는 정교하게 직조된 식탁보가 중세의 그것처럼

펼쳐져 있어요 약간의 주름도 모두 생각에서 나온 것

 

참된 고무나무로 만든 어두운색의 식탁입니다

나무의 결은 그대로 살렸고요 그 위에 접시

하얗고 브랜드명도 쓰여 있지 않은 겸손한 접시

통통 두드리면 통통 출신이 남다름을 알려주는 그런 소리가 울리는

 

이런 미장센

그렇게 사과를 가져다 놓았고

생각하는 사람의 식탁이니

사고를 가져다 놓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중이고

 

뒤로 새도 지나가면 좋겠다

하니 몸이 창밖으로 향합니다

새 두 마리가 평화롭게 지저귀는 연출을 위해서요

어디 보자 새가 둥지에 있겠지요?

너무 크지 않은 적당한

 

생각과 말과 행위를 평화로 이끄소서

생각에도 책임을 지라는 건 신의 말이었는데요

 

매일 하는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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