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최금진
내가 아는 이름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저녁이다
저녁이 한껏 나를 밀어올려 탑을 쌓고
나를 제물로 바치는 저녁이다
거대한 날개를 어쩌지 못하고 들키는 군함새나 가마우지처럼
비에 젖으면 먹물 씻겨나가 얼굴이 드러나는 까마귀처럼
여기선 늘 발각되는 일만 남았나 보다
허우적거리며 배회하다가 땅에 처박히는
죽은 이들의 이름이 가위 같은 입을 벌리고 돌아온다
여기선 누구나 상처 주는 일을 천직으로 하기 때문에
언제든 타인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
사랑을 외치면 조금은 덜 외롭고 덜 무섭다
돌을 던지는 사람의 말아쥔 손에서
그가 내팽겨치는 높이와 깊이가 한꺼번에 추락한다
떠난 사람이 남긴 사냥감인 줄도 모르고
그는 보름달을 기다린다
강물을 시간에 비유하기보다는
꼭대기에서 버려진 푸른 바닥이라고 비유한다
푹푹 살 속에 들어가 박히는 유탄처럼
상처를 주고, 모욕을 주며, 호명하며 부메랑이 돌아온다
파동과 궤적을 이끌고 부메랑이 돌아온다
신의 가슴팍에서 마음껏 허우적거린 저녁 예배 신도들이
새 떼처럼 날아와 내린다
신은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고 떠났지만
부메랑을 던진다, 오래 전 잘라놓고 펼친 적 없는 날개 한쪽을
꺼내들고 사람들이 저녁 하늘을 날아간다
허우적거리며, 안착할 바닥을 둘러보며 떠난 이의 이름을 부른다
아무에게도 가르쳐 준 적 없는 나의 이름을 부르며
활처럼 커다랗게 휘어진 얼굴로 내가 날아간다
커다란 반원 모양으로 허공을 자르며
수십만 개의 부메랑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