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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하얀 바이러스 /​ 최순섭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3.02.06|조회수66 목록 댓글 0

하얀 바이러스

                                                                                   최순섭

 

하얀 마스크 하나가 휙 지나갔다

검은 복면을 하고 바라보는 눈빛이 날카롭다 앵앵 소리 들려오는 도시의

스산한 회색빛은

죽은 까치를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 속도보다 빠르게 번지고

잠시 후 복제인간이 코로나를 타고 와서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는 총알이 날아와 꽂히듯 아프다

하나둘 늘어나는 표범의 눈빛이 번뜩거리는 오후

붉은 깃발을 들고 하얀 마스크가 몰려왔다

비행기를 타고 왔다 배를 타고 왔다 자동차를 타고 걸어서 왔다

또 다른 하얀 마스크가 내 곁으로 다가오고

나는 슬금슬금 자리를 뜬다

복제된 하얀 마스크가 다가와 길을 물었다

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또 한 손을 내저으며

‘ 저리 가요 숨을 곳이 없어요.’ 라고 말했다

불어나는 하얀 마스크 속에서 나는 하얀 바이러스

기침소리 한방에 다리가 풀리고 텅 비어가는 유령들이 사는 도시

뉴스에서 내일은 영하 12도라고 일기예보가 나올 때

하얀 눈이 내렸다

하얀 마스크를 쓰고 내렸다

한동안은 녹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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