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 감상실

[詩]국수 / 이돈형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3.03.08|조회수55 목록 댓글 0

국수

 

​                                                                                           이돈형

 

국수를 삶는다

 

긴 장마에 벽지가 뜨고 곰팡이 냄새는 내가 세상에 매달려 내는 냄새

처럼 뭉쳐있다

 

새들의 좁은 입으로 저녁의 외벽이 물려있고 사람들은 하루치 몸에

밴 곰팡내를 털며 돌아온다

 

삶는 냄새엔 사려가 있어 친근하다

 

끓어오를 때 찬물을 붓듯 허기를 끼얹고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창문

을 열어 냄새를 풍겨볼까

 

핏물 빠진 실핏줄처럼 면발이 풀어질 때까지

 

풀어주는 게 아니라 풀어지는 게 방생이 아닐까 국수를 저으며 생

각한다

 

저을수록 한 방향이 적막해지고 갓 삶아낸 면을 헹구다 보면 손 씻

 삶을 어르는 소리가 들려

 

안간힘과 안간힘이 불다가 한 덩이가 될 때까지 삶은 국수를 냉장

고에 넣는다

 

무례하게 불은 국수가 좋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