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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입춘 / 이미산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3.03.14|조회수47 목록 댓글 1

입춘

                                                         이미산

 

먼 길 오는 동안 가느다란 빛으로 갈라진

손가락 열한 개

손가락 삼천삼백 개

손가락 칠천칠백만 개

 

오로라 지나 오존층 지나

베란다에 도착한다 잡히는 대로 어여쁘게 문지르고

어여쁘게 두드리는

반짝반짝 우주의 실핏줄

 

사랑초가 혀를 쏙 내밀며 들려주려는 이야기

 

먼지를 쓴 채 내 지하실에 잠들어있는, 이를테면

업힌 나를 깍지 낀 손으로 받치며 들려주던 노래

등속의 울림과 번지는 목소리의 신비한 화음 따라

아주 먼 곳으로 나를 이끌던 그 자장가

그날처럼 내 이마 쓸어내리는 오늘의 인사는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내가 다시 잠들 때까지 멈추지 않는 부드럽고 다정하고 끈질긴

 

마침내 손의 나라에 도착한 나는

온몸에 황금색 꽃이 피어난 초여름의 원피스 깨금발로 거닐며 아무나

붙잡고

차 한 잔 하실래요?

 

내가 즐거울수록 더 밝고 가늘어지는 손가락들

가끔은 빙그레 웃는 태양을 바라보며

딸꾹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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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오은(소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3.16 입춘은 2월 초에 지났다는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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