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이미산
먼 길 오는 동안 가느다란 빛으로 갈라진
손가락 열한 개
손가락 삼천삼백 개
손가락 칠천칠백만 개
오로라 지나 오존층 지나
베란다에 도착한다 잡히는 대로 어여쁘게 문지르고
어여쁘게 두드리는
반짝반짝 우주의 실핏줄
사랑초가 혀를 쏙 내밀며 들려주려는 이야기
먼지를 쓴 채 내 지하실에 잠들어있는, 이를테면
업힌 나를 깍지 낀 손으로 받치며 들려주던 노래
등속의 울림과 번지는 목소리의 신비한 화음 따라
아주 먼 곳으로 나를 이끌던 그 자장가
그날처럼 내 이마 쓸어내리는 오늘의 인사는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내가 다시 잠들 때까지 멈추지 않는 부드럽고 다정하고 끈질긴
마침내 손의 나라에 도착한 나는
온몸에 황금색 꽃이 피어난 초여름의 원피스 깨금발로 거닐며 아무나
붙잡고
차 한 잔 하실래요?
내가 즐거울수록 더 밝고 가늘어지는 손가락들
가끔은 빙그레 웃는 태양을 바라보며
딸꾹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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