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림자
하상만
원목을 잘라 만든 탁자나 도마 속에는
검은 무늬가 있는데
그건 나무를 닮은 것 같아서
나무가 자기 그림자를 속에 숨겨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검은 부분은 사실 죽은 세포들이고
단단해진 그 세포들 덕에 나무는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는데
삶이 기댈 곳은 죽음뿐인 것 같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려고 이렇게 살아 있는 거구나
희열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의 그림자였다
처음엔 살아서 물을 나르는 것이었다가
햇볕에 반응하고 나를 푸르게 하는 것이었다가
죽어서는 내 속에서
너는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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