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문학 감상실

[詩]나무 그림자 / 하상만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3.04.07|조회수47 목록 댓글 0

나무그림자

 

                                                           하상만

 

원목을 잘라 만든 탁자나 도마 속에는

검은 무늬가 있는데

그건 나무를 닮은 것 같아서

나무가 자기 그림자를 속에 숨겨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검은 부분은 사실 죽은 세포들이고

단단해진 그 세포들 덕에 나무는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는데

삶이 기댈 곳은 죽음뿐인 것 같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려고 이렇게 살아 있는 거구나

희열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의 그림자였다

 

처음엔 살아서 물을 나르는 것이었다가

햇볕에 반응하고 나를 푸르게 하는 것이었다가

죽어서는 내 속에서

너는 살아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