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이윤정
나뭇가지에 앉은 봄눈
뭉쳐져 있는 마디를 풀면 뿌리까지 잠이 뻗은
나무의 몇 겹 눈꺼풀이 풀린다
그 눈꺼풀 풀린 곳마다 시력들이 몰려든다
잎눈마다 다닥다닥 붙은 투명한 망막들은
눈인 듯 싶다가도 휩쓸리는 말만 배우는 입인 듯 하다
세상에서 가장 얇고 짧은 뜬눈을 가지고 있는 눈
눈 뜨자마자 첫 풍경을 연둣빛 새싹에게 주고
어디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찾아간다
눈 깜짝할 사이 졸졸거리는 귀로 흐르고 있다
눈 뜨는 생강나무 얇은 렌즈를 끼고 보는
세상의 첫 풍경은 노랗다
녹아내린 눈은 나뭇가지에 접목되고
흐르는 물소리가 커지면 달력의 숫자들이 봉긋 부풀어 오른다
부푼 잎눈을 들여다보면 쏟아질 듯
찰랑거리는 물이 가득 고여 있고
구석구석 부풀린 그림자 들여놓은 발자국은 파릇하다
새의 부리가 짧아지는 한나절
나뭇가지는 한층 밝아진 눈으로 초록 화살을 다듬고 있다
날아가는 법보다 뛰어내리는 법을 배우고
앉아 있는 것 같지만 항상 서 있는 새들
제 발자국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돌아보면 어느 사이엔가 어지러운 꽃잎들을 물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봄눈은 멀리 여울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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