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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봄 눈 / 이윤정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3.05.21|조회수30 목록 댓글 2

봄 눈

 

                                                                               이윤정

 

 

나뭇가지에 앉은 봄눈

뭉쳐져 있는 마디를 풀면 뿌리까지 잠이 뻗은

나무의 몇 겹 눈꺼풀이 풀린다

그 눈꺼풀 풀린 곳마다 시력들이 몰려든다

잎눈마다 다닥다닥 붙은 투명한 망막들은

눈인 듯 싶다가도 휩쓸리는 말만 배우는 입인 듯 하다

 

세상에서 가장 얇고 짧은 뜬눈을 가지고 있는 눈

눈 뜨자마자 첫 풍경을 연둣빛 새싹에게 주고

어디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찾아간다

눈 깜짝할 사이 졸졸거리는 귀로 흐르고 있다

 

눈 뜨는 생강나무 얇은 렌즈를 끼고 보는

세상의 첫 풍경은 노랗다

녹아내린 눈은 나뭇가지에 접목되고

흐르는 물소리가 커지면 달력의 숫자들이 봉긋 부풀어 오른다

부푼 잎눈을 들여다보면 쏟아질 듯

찰랑거리는 물이 가득 고여 있고

구석구석 부풀린 그림자 들여놓은 발자국은 파릇하다

새의 부리가 짧아지는 한나절

나뭇가지는 한층 밝아진 눈으로 초록 화살을 다듬고 있다

날아가는 법보다 뛰어내리는 법을 배우고

앉아 있는 것 같지만 항상 서 있는 새들

제 발자국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돌아보면 어느 사이엔가 어지러운 꽃잎들을 물고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도 봄눈은 멀리 여울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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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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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오은(소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21 로키가 생각나네요.
    이제는 봄이 왔을 테고 머지않아 여름으로 가겠죠??
  • 답댓글 작성자이명희 | 작성시간 23.05.21 이번엔 봄을 생략하고 여름이 왔는데,
    알버타 중북부 쪽의 산불로
    꽃들이 흐느적거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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