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이미산
우리가 된 이후
베란다가 생겨났다
두 개의 의자를 겹쳐 놓고
무릎 위에 구름을 앉히고
나는 나를 생각한다
당신은 당신을 생각한다
배고픈 베란다
우리가 심은 꽃들, 심장으로 피운 꽃은 실제보다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당신의 목록, 곁눈질까지 기록되는 꽃들의 거짓말
어우러져서 꽃이 되는 노래와
저마다의 향기가 꽃이라는 소리가
예의를 다해 우리를 채울 때
구름은 침묵한다
성당 종소리는 침묵을 버무려 소나기를 불러낸다
처음을 기억하는 소나기ⵈⵈ
보글보글 물방울과
빨라지는 걸음과
상상으로 부푸는
각자의 베란다
우리는 한 번 더 구름놀이를 한다
외롭다는 말 대신 처음처럼 웃는다
혼자 서 있기에 아름다운 베란다
서로를 수정하기에 충분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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