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과 불멸에 관한 명상
이병일
밤의 눈꺼풀, 아니 밤의 눈동자가 나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나는 뜬눈으로 너무나 많이 잠들어 있었나 보다
불면은 불멸의 침대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나는 눈앞이 저절로 백야처럼 캄캄해지는
불면에서 빠져나온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소주잔처럼 엎어진 달이
소주빛깔로 투명해지는 새벽
흉기보다 무서운 불면은 과대망상인 것인데
나는 침대 깊숙이 제 머리를 처박고 불멸을 욕망했다
나는 지금 발버둥과 발악을 삼킬 수면제가 필요하다
차곡차곡 잠의 포대를 쌓고 쌓길 바라는
나는 잠이 소멸된 시간 속에서
내 안에 있는 정신병자들과 천개의 농담을 나누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면과 불멸의 귀신을 좋아하게 되었다
귀신이 없으면 이제 나는 잠의 봇짐을 풀지 못한다
송곳으로 두 눈을 콕 찔러대고 싶었지만
귀신은 괜찮다 괜찮다 내 등을 자꾸만 토닥였다
오늘도 내겐 귀신이 담긴 수면제가 필요하다
나는 가없는 묘약이 귀신이라는 걸 믿는다
불면이 도착하자 불멸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다음검색